지난주까지 이어졌던 강력한 미 증시 상승 흐름이 조정받는 모습입니다.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로 '세계의 공장'으로 꼽히는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치 못한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중국은 기준금리격인 대출우대금리를 10bp 내렸는데, 15bp 인하를 점쳤던 시장의 컨센서스보다 낮은 수준이지요.
중국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은 원자재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도 전거래일 대비 1% 넘게 하락했지요. 미국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히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이 정도의 단기 부양책으로는 중국이 장기적인 역풍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생산성 문제도 문제지만, 중국 경제가 시장의 의견보다 이념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본질적 문제로 꼽았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들도 중국의 경기 회복 정도를 낮춰잡고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6%에서 5.4%로 깎았고, 노무라와 UBS도 올해 중국의 GDP 전망치를 5% 초반대로 내려잡았습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이전 침체기 때 단행했던 것보다는 온건한 수준이고, 시진핑 중국 주석이 부동산 투기
억제를 촉구하는 등 정치적 압력이 있는 상황에서 부양책의 규모나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S&P 500이 2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것이 근 한 달만에 일어난 일이기는 합니다. 지난주 FOMC 이후 연준은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50bp 더 올라갈 수 있음을 암시했지만, 시장이 그것을 완전히 믿지는 않고 있습니다. 연방기금금리시장 선물을 살펴보면 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7월에 한 번만 더, 25bp 높아지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보고 있지요. 관련해 21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회 청문회 발언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 때 나올 발언의 수위가 시장의 변곡점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겁니다. 오늘의 하락세를 내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찾는 분석도 월가에는 있습니다.
랠리는 끝난 걸까요? 지난 5월의 상승장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월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감을 유지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모간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렛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골디락스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만약 연준이 예측한 연착륙이 현실화 된다면 노동 시장이 상대적으로 강한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낮출 유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했고요.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르크는 "현재 주식 시장이 고평가 되어있는데, 높은 주가보상배수와 높은 정책금리는 장기적으로 오래 갈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두 가지 분석들의 전제는 시장의 (상대적으로 낮은)금리 경로 예측이 틀리고, 연준의 금리 전망대로 연말 기준금리가 움직일 가능성에 근거를 둡니다.
불안감이 있기는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포지션을 보면 아직은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우세한 모습입니다. 미국의 5일 평균 풋/콜옵션 비율은 20일 기준 0.72입니다. 지난주보다 조금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지난 1년래 최저 수준입니다. 보통 풋/콜옵션 비율이 1을 넘어가거나 급격히 상승하는 흐름이 나올 때를 투자심리 하락 신호로 봅니다.
오늘 나온 미국 내부 경제지표 가운데는 개장 전 나온 주택경기 관련 지표가 주목할 만합니다. 5월 주택착공과 주택허가, 주택심리지수 모두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주택착공건수는 한 달 새 21.7% 증가한 163만 건으로 집계됐는데, 시장 예측을 크게 뛰어넘었죠. 금리에 민감한 주택 시장에서 착공 건수가 급증했다는 데에서 적어도 두 가지를 짚을 수 있겠습니다.
우선 6월 FOMC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는 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더 많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점이겠고요. 또 하나는 예상보다 강한 주택 지표가 그만큼의 추가 고용을 창출할 요인이라는 점입니다. 오늘 나온 데이터를 보면 5월에만 월가 추정치 대비 23만 채 이상의 집이 더 지어지는데, 이것은 시장이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노동 수요가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