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대리모 출산을 '보편적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에 대한 입법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는 2004년부터 대리모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과 최대 60만 유로(약 8억4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인들은 대리모 출산이 합법인 해외를 찾아 출산을 의뢰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속한 이탈리아형제들(Fdl) 소속의 카롤리나 바르키 하원의원이 발의한 새 법안은 대리모가 합법인 국가에서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낳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외의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낳은 커플은 최소 3개월에서 최대 2년의 징역형, 최대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해당 법원은 이성애 커플과 동성애 커플 구분 없이 똑같이 적용된다.
바르키 의원은 "이탈리아인들이 '형사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점점 더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관행에 대응하는 것이다. 누구든 이 법을 위반하고 이탈리아에 오면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집권 우파 연합이 하원과 상원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입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위헌 소지가 있지만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입법 움직임은 성소수자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이미 대리모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성애자 부모 단체인 '레인보우 패밀리'의 알레시아 크로치니 회장은 "해외 대리모가 임신 중인 사람들은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매우 걱정하고,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많은 국가에서 대리모를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불법화하고 있지만 대리모가 합법인 국가에서 출산한 것까지 처벌하는 법안은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성소수자 문제를 주로 다루는 알렉산더 슈스터 변호사는 "합법적인 해외 대리모 출산을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탈리아의 법안은 독보적인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대리모를 통해 매년 몇 명의 아기가 태어나는지에 대한 공식 데이터는 없지만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결혼한 이탈리아 부부들은 그리스, 조지아, 몰도바, 그리고 러시아에 침공당하기 전의 우크라이나에서 대리모를 찾아 출산을 의뢰했다.
바르키 의원은 이 법안이 소급 적용되거나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대리모를 통해 태어나 현재 이탈리아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3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의 약 40%가 모든 커플의 대리모 출산을 지지했다. 15%는 대리모 출산을 이성애 커플로 제한해야 한다고 답했고, 27%는 대리모에 전적으로 반대한다고 했다.
젊은 층이 대리모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세대 간 의견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가족관을 강조하는 멜로니 총리는 지난해 10월 공식 취임하기 전부터 대리모를 "혐오스러운 행위"로 규정하며 노골적으로 비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