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가 혹독한 가뭄에 신음하고 있다.
우루과이와 파나마 등 곳곳에서 물 한 방울이 아쉬운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곡물 수출액은 1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짠 수돗물' 우루과이, 비상사태 선포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이 가장 심각한 곳은 한국과 정확히 지구 정반대 편에 있는 우루과이다.
7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이라는 분석 속에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 몬테비데오와 카넬로네스에는 지난 달 초순부터 수돗물에 염분 농도 높은 강 하구 쪽 물을 섞어 공급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상수 공급원인 파소 세베리노 저수지가 고갈될 위기에 놓이면서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20일(현지시간) 우루과이 수도공사(OSE) 보고서를 보면 6천700㎥의 물을 가둬놓을 수 있는 파소 세베리노 저수지 저수율은 지난 14일 기준 5.6%(379만㎥)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물이 거의 바닥났다는 뜻이다.
이는 4월 12일 25.2%(1천686만1천717㎥)에서 두 달 만에 20% 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수돗물 공급 중단 위기가 커지면서 몬테비데오 주변에서는 병물 가격이 2∼5배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 초반 정부의 실정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던 주민들 불만 역시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고 엘옵세르바도르 등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결국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은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몬테비데오에 물 부족에 따른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정부는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물값 상승 억제를 위해 생수에 세금을 면제하는 한편 병원 및 아동보호센터 등에 매일 물을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00년만에 최악' 파나마 운하 물 부족 경고등
강수량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중미의 파나마도 물 부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연결하는 글로벌 물류의 동맥인 파나마 운하에 수량이 줄면서, 선박들이 평소보다 화물량을 줄여야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파나마운하청(ACP)은 전날부터 파나마 운하 네오파나막스 화물 선박(2016년 6월 파나마운하 확장 후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최대 흘수(물속에 잠긴 선체 깊이)를 13.41m(44.0피트)로 설정했다. 이는 한 달 전인 5월 20일 13.72m(45.0피트)보다 0.31m 감소한 수치다.
이는 파나마 운하 중간에 있는 가툰 호수 수위가 계속 낮아진 것에 따른 조처라고 파나마운하청은 설명했다.
파나마 일간지인 프렌사리브레는 파나마 운하 일대에 100여 년 만에 가장 건조한 시기가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실제 올해 1∼5월 강수량은 평균치의 47%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 부족이 장기화하면 파나마 운하를 통한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교역량의 4∼5%는 파나마 운하를 지난다. 특히 브라질 소고기, 칠레 와인과 구리, 에콰도르 농산물 등은 대체로 파나마 운하를 지나는 선박 화물에 실린다.
흘수 제한에 따라 배를 덜 가라앉혀야 하는 해운업계는 컨테이너 선적량을 줄이거나 화물 운송 비용을 인상하는 등 대책 시행에 나선 상태다. 중간에 육로(파나마 운하 철도)로 운송량을 분산시키는 등 대안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현지 기상학자들은 그러나 가툰 호수 수위가 더 낮아져, 7월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파나마운하청 역시 흘수 제한 조처를 25일에 13.26m(43.5피트)로 더 강화한다고 예고했다.
◇ 아르헨티나 곡물 생산량 감소…수출 '반토막'
브라질, 파라과이 등과 함께 남미 곡창지대를 이루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월부터 간헐적으로 이어져 온 가뭄이 곡물 생산량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주요 곡물 거래소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곡물거래소(BCR·Bolsa de Comercio de Rosario)가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년 기간 주요 곡물 생산량은 직전 시기와 비교해 대두(콩) 2천200만t, 옥수수 1천900t, 밀 1천150만t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한 올해 곡물 수출 규모는 184억 달러(23조 7천억원)라고 로사리오 곡물거래소는 전망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93억 달러(50조 6천억원)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다.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4.2% 상승하는 등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외환 위기로 고통받는 아르헨티나로서는 '돈줄'인 곡물 생산 부진으로 시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