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을 아예 폐지하는 대신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을 제한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높인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불법 지원금을 통한 이용자 차별을 막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데다 당국이 통신 산업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결국 일부 조항을 바꿔 개선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정부 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일단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021년 국회에 제출한 단통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을 세웠다.
개정안은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이동통신 사업자가 공시한 지원금의 15% 안에서만 추가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한 것을 30%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특히 추가 지원금 한도가 상향되면 특정 유통점, 속칭 '성지'에 집중됐던 장려금이 일반 판매점으로도 이전돼 불법 지원금 지급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만일 추가 지원금이 늘어날 경우 휴대전화 공시 지원금이 50만원이라고 하면 고객은 기존 7만5천원보다 두 배 많은 15만원을 받아 출고가에서 총 65만원을 제한 금액으로 단말기를 살 수 있게 된다.
추가 지원금 부분이 수정되는 만큼 당국이 선택 약정 할인율을 손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선택 약정 할인은 국내에서 신규로 단말기를 사지 않고 해외에서 혹은 중고로 구입한 이용자들도 비슷한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로, 현재는 일정 기간 약정 시 요금의 25% 정도를 할인해주고 있다.
이 제도의 취지가 단말기에 따른 이용자 차별 금지에 따른 것인 만큼 개선 요인은 있지만, 법으로 할인율을 규정한 것이 아닌 데다 약정 할인이 공시 지원금에 연동된 만큼 추가 지원금이 많아진다고 해서 할인율을 상향하는 게 맞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할인율은 고시 사항이다.
당국은 지금까지 진행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 단통법 개정을 포함한 가계 통신비 절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도 단통법이 폐지 대신 개정되리라고 전망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통법 폐지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선택 약정 요금 할인 제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선택 약정 요금 할인이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제도라 폐지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 단통법은 폐지보다 대리점 보조금 차등 제한 조항을 없애거나 가입자 유형별 보조금 차별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보완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당국이 단통법 수정 보완에 주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논란의 여진이 계속될 전망이다.
단통법은 휴대전화 유통 시장 건전화를 위해 지난 2014년 10월 정부 입법으로 시행된 법률이지만, 이통사 간 지원금 경쟁을 막아 결국 소비자의 단말기 구입가만 높였다는 소비자 불만이 만만치 않아 10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단말기 유통업자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도 "이동통신 산업의 핵심 축인 소상공 유통은 붕괴하고 있으며, 자유 시장 경쟁을 억압해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제조사는 소비자 구입가가 높아지면서 단말기 수요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단통법이 단말기 구매 방식에 따라 달라지던 차등 지원금을 없애 시장을 안정시켰으며, 단말기 수명보다 빨리 기기를 교체하며 환경에 부담을 주던 관행도 줄였다는 성과도 있어 여전히 법을 유지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통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 시 이용자 차별 행위가 다시 불거질 우려가 있다"면서도 "알뜰폰 이용자가 증가하는 등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반영한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