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4대 곡물 거래 업체인 번지(Bunge)가 글렌코어의 농업 자회사 비테라를 82억 달러(10조 5천억 원)에 인수한다. 번지는 카길(Car gill),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rcher-Daniels-Midland Co),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와 함께 전세계 곡물시장의 ABCD로 통하는 핵심 기업이다.
번지는 현지시간 13일 "글렌코어와 캐나다 공공투자공사(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 투자관리공사로부터 비테라 유한회사 지분을 82억 달러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종자와 곡물 공급망, 가공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번지는 이번 합병으로 세계 1위 곡물 기업인 카길(Car gill)과 맞먹는 규모의 매출과 다각화된 종자·가공 솔루션을 확보하게 된다. 번지는 지난해 연간 매출 670억 달러, 비테라는 540억 달러로 합산 1210억 달러 매출을 기록 중이다. 경쟁사인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는 같은 기간 1,020억 달러, 비상장 기업인 카길의 1,6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렉 헤크먼 번지 최고경영자는 "기후 변화와 가뭄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지역 다변화와 작물 다변화가 가능해졌다"며 "전 세계에 필수적인 식량, 사료, 연료를 공급한다는 번지의 전략을 크게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번지는 270개 이상의 종자와 곡물 저장 시설과 식물성 연료와 가축 사료 등 가공공장, 200척 이상의 선박을 보유하고 북미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호주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곡물 업체간 대형 합병 소식에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번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5% 오른 주당 96.17달러, 런던 증시에서 글렌코어는 5.3% 강세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으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에 원자재 기업들이 큰 수익을 올려 이번 대형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병에 따라 비테라 주주들은 62억달러어치 번지 주식과 20억달러 가량의 현금을 받게 된다. 번지는 이번 계약을 통해 98억 달러에 달하는 비테라의 부채를 함께 인수한다.
세계 최대 원자재 기업인 글렌코어는 10년 전 61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비테라를 매각하고, 확보한 자금으로 캐나다 구리·아연 업체인 트렉 리소시즈(Teck Resources)를 인수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