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이 스포츠 중계권 사업에 뛰어드는 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인 넷플릭스가 한발 늦게 스포츠 생중계에 도전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넷플릭스가 올가을 유명인 골프대회를 열어 첫 스포츠 생중계에 나설 계획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가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명 포뮬러원(F1) 드라이버와 프로골퍼들이 참여하는 골프대회를 생중계하기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넷플릭스는 스포츠 생중계 분야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이 대회에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자동차 경주대회 F1 다큐멘터리인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와 미국프로골프(PGA) 골퍼들을 밀착 추적한 다큐멘터리 '풀스윙'에 출연한 유명 선수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소식통들은 넷플릭스 경영진이 이 사안을 1년 이상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와 애플TV+, 컴캐스트의 피콕 등 다른 OTT 업체들은 이미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야구(MLB) 등 스포츠 중계권 사업에 뛰어들었다. OTT 업체들은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면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것은 물론 광고 판매 수익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WSJ은 넷플릭스도 스포츠 생중계권을 확보할 경우 신생 광고 사업을 촉진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전까지는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대신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 '풀스윙'과 같은 스포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스포츠 중계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중계권 경쟁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스포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넷플릭스도 스포츠 중계 판권에 도전한 적은 있다. WSJ의 지난해 11월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F1 생중계 판권 입찰에 참여했다가 ESPN에 밀려 실패했으며, 테니스나 사이클 대회 생중계 판권 확보를 시도했었다.
넷플릭스가 유명인 골프대회를 개최하려는 것은 스포츠 생중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조심스럽게 스포츠 중계를 맛보기 위한 것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생중계를 실험하기도 했다. 지난 3월 크리스 록의 코미디 쇼로 첫 생중계를 선보였고, 4월에는 리얼리티쇼인 '연애 실험 : 블라인드 러브'의 동창회편을 생중계로 진행했다.
하지만 '연애 실험' 생중계는 1시간 이상 중단되는 방송 사고로 실패로 돌아갔고, 넷플릭스는 구독자에게 사과해야 했다.
스포츠 미디어 컨설팅업체 '데서 미디어'를 운영하는 에드 데서는 넷플릭스가 첫 스포츠 생중계 행사로 유명인 골프대회를 선택한 것은 주요 스포츠 대회 중계에 나서기 전에 '안정적인 중계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