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내주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블링컨 방중이 4개월여 만에 성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AP, AFP, 로이터 통신 등은 오는 18일 블링컨 국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2월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 속에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무기한 연기된 이후 양국 관계는 곡절을 겪었다.
미국은 반도체 분야 대중국 디커플링(공급망 등에서의 배제) 또는 디리스킹(대중국 경제·무역 의존도 줄이기를 통한 위험 제거)에 열을 올리는 한편 한국, 일본과의 안보 공조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중국은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방미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면담을 이유로 대만 주변에서 고강도 무력시위를 하고, 러시아와의 전략 공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맞섰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겠다는 듯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며 대서방 '갈라치기'에 열을 올렸다.
지난달 10∼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회동하고 그에 이어 무역 분야 장관 간 회담이 성사되면서 양국이 다시 대화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지난 2∼4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계기에 모색됐던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 속에 무산되고, 그 즈음에 양국 군용기와 군함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근접 대치하면서 양국 관계의 긴장 지수는 다시 치솟았다.
이어 지난 6∼7일 중국과 러시아 공군이 동해와 동중국해, 서태평양 등에서 '연합 공중 전략 순찰'을 명목으로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동북아에서의 '신냉전' 대치 구도가 부각됐다.
이런 배경 속에 블링컨 방중이 재추진되는 것은 제대로 된 충돌 방지 메커니즘이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갈등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블링컨이 중국을 찾으면 대화 상대방(카운터파트)인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외교라인의 1인자인 왕이 주임을 각각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예방할 가능성도 미국 매체 발로 거론되고 있다.
논의는 이른바 양국 간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논의하고, 가장 인화력이 큰 대만 문제와 관련해 상대방의 진의를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디커플링 시도에 대해 중국 측이 강도 높게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측은 북핵·미사일 고도화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국 외교의 '방향성'과 결부된 이런 의제들을 두고 양측이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을 만날지 여부다. 시 주석이 근래 중국을 찾은 타국 외교장관과 독대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터에, 관계도 껄끄러운 미국의 외교장관을 만난다면 대미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제스처로 해석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