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투잡 뛰다 다쳐도 걱정 그만"...산재보상 받으세요 [전민정의 출근 중]

입력 2023-06-11 08:00


#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배달 중이던 40대 여성 A씨가 트럭에 치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주부로 배달 플랫폼 두 곳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일감을 받아 일했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 받지 못했습니다.

비대면화가 가속화되면서 배달대행이 '국민 부업'으로 자리잡았지만 배달라이더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전속성(오직 한 조직·기관에 속함)' 요건을 충족해야 산재보험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속성 요건을 맞추려면 여러 곳에서 일하는 특고 종사자나 플랫폼 종사자가 한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원 이상을 벌거나 93시간 이상을 일해야 산재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7월부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돼 배달기사나 대리운전기사 화물차주와 같이 여러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다치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여러 업체서 일하는 배달·대리기사도 산재보험 적용

현행 산재보험법에는 2008년 신설된 특수고용직 특례조항인 125조에 따라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이라는 전속성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 7월 배달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음에도 위의 사례처럼 사고가 나도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아졌고, 산재보험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죠.

이에 윤석열 정부의 '1호 노동법안'으로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지난해 5월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전속성' 요건이 없어졌습니다.

산재보험 적용 업종도 산재보험 적용 특례 대상인 14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직종(건설기계 기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기사, 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방문판매원, 학습지 교사 등)에서 더 확대됐고요.

이에 따라 다음달부턴 탁송기사·대리주차원, 관광통역 안내원, 어린이통학 버스기사, 방과후학교 강사, 건설현장 화물차주(살수차·고소작업차·카고크레인 기사)를 비롯해 모든 일반 화물차주까지 보호망 밖에 있던 92만5천명이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게 됩니다.

이제 이들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 시 업무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산재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데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산재보험금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치료비격인 요양급여와 산재로 일을 하지 못할 때 피재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보호를 위해 받는 휴업급여입니다.

휴업급여는 월급의 70%만 지급되는데요. 이 보상액은 재해를 당하기 직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됩니다. 이때 평균임금은 3개월간 임금총액을 3개월간 총일수로 나눈 금액입니다.

다만 산재보험은 최저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도 있기 때문에 휴업급여는 최저임금과 연동해 최저 보상기준 금액이 정해집니다.

2023년 기준 최저 보상기준 금액은 1일 7만6,960원입니다. 반대로 임금이 높은 근로자의 경우에는 형평성 문제가 있어 최고 보상기준 금액을 두고 있는데, 1일 24만6,036원입니다.



● 전속성 폐지됐지만…특고·플랫폼 종사자 보호 사각지대 '여전'

14년만에 산재 적용 요건 중 '전속성' 요건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는 남아있습니다.

특고 업종이더라도 시행령으로 지정하는 직종에 한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기에 간병인·가사노동자 등 개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여전히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 특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법률적으로 사업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고 업무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일종의 개인사업자를 의미하기에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의 최소 사회안전망인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일을 쉬고 있을 때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 임금체불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를 신청한다고 해도 근로자가 아닌 까닭에 구제 신청이 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소송까지 해야 합니다.

정부도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에서 더 나아가,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인데요.

이 작업은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의 사회적 약자 보호 분과에서 맡게 됩니다.

이 분과는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노무제공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2월 발족했는데요.

앞으로 학계 인사 등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 노무 제공자 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 영세사업장 산재보험료 부담 '호소'…"비용 일부 지원해 줍니다"

특고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이 확대되면서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산재보험료는 가입자와 기업이 절반씩 공동으로 부담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죠.

경영계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플랫폼 분야 중소 업체·신규 진입 업체들은 업체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면 기존 대형 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렵고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업주는 7월부터 새로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노무 제공자의 소득을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해야 하는데요.

공단은 산재보험료 부담을 호소하는 영세 사업장과 노무 제공자를 돕기 위해 일부 직종의 보험료를 줄여주고 사업주를 대신해 산재보험 보험사무를 이행하는 플랫폼 운영자에 대해서도 필요한 비용의 일부 지원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