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상태에서 거액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고 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장이 8일 밝혔다.
테라·루나 사태 수사를 이끄는 단 부장은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권 대표가 지난 3월 붙잡힌 이후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 소유 가상화폐 지갑에서 2천900만달러(약 378억3천만원) 상당을 인출한 것을 파악,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LFG는 테라USD(UST) 코인의 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는 '페그'를 유지하기 위해 권 대표가 설립한 조직이다. UST를 떠받치는 안전장치로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를 계속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단 부장은 LFG에서 사라진 가상화폐와 관련해 "권도형이나 그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가 이를 꺼내 시그넘(Sygnum) 은행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월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그가 비트코인 1만개(시세 약 3천497억원)를 빼돌려 현금화한 뒤 이를 스위스 은행에 예치했다고 적시한 바 있다. 해당 은행이 바로 시그넘 은행이다.
이 시그넘 은행의 권 대표 자금 중 1억달러(약 1천300억원) 이상이 도피 기간인 2022년 6월∼올 2월 인출됐는데, 이 돈의 대부분은 로펌 계좌로 송금되거나 테라폼랩스 임금·청구서 지급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단 부장은 현재 시그넘 은행에 남아있는 약 1천300만달러(약 169억원) 역시 LFG의 지갑에서부터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해당 자금의 동결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검찰이 이미 시그넘 은행에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권 대표 신병 확보전과 관련해 단 부장은 "한국에서 형이 집행된 뒤 미국에서 수형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금융 사기로 징역 40년 이상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언급, 권 대표에게 한국 금융범죄 역사상 최장기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단 부장의 언급은 타국의 형사절차 진행을 위해 한국에서의 형집행 절차를 중단하고 범죄인의 신병을 잠시 넘겨주는 '임시인도' 제도에 근거한 것이다.
한국이 먼저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를 인도받아 재판과 유죄 확정까지 마무리 지으면, 형 집행 전에 권 대표를 미국으로 임시 인도해 한국에서 처벌받지 않은 내용으로 수사와 재판을 마치게 한 뒤 다시 한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복역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는 "권도형이 먼저 모국인 한국에서, 그리고 난 뒤 미국에서 여생의 대부분을 감옥생활로 보내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라고 부연했다.
각각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 양쪽 관할권에서 재판과 복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테라·루나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작년 4월 한국을 떠난 권 대표는 도피행각 11개월째인 올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출국하려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체포돼 현지에 구금 중이다. 현지 법원이 그의 보석을 허가했다가 검찰이 불복하는 일이 반복되며 아직 석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