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법원이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보석 청구를 재인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지난 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모 씨에 대해 보석금 각각 40만 유로(약 5억8천만원), 외출 금지와 경찰의 감시 등을 조건으로 보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보석 조건은 지난달 12일 지방법원이 권 대표와 한씨의 보석 청구를 처음 인용했을 당시 제시했던 조건과 같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권 대표 등의 보석을 허가하자 이에 불복해 상급 법원에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항고했다.
검찰은 권 대표 등의 재력에 비해 각각 40만 유로의 보석금이 턱없이 적고 이들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는 만큼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상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지난달 18일 검찰의 항고를 받아들여 보석 결정을 취소하자 하급 법원인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이 재검토 끝에 이날 보석을 다시 허용한 것이다.
당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보석 결정 취소 사유로 재판부가 권 대표 등의 재정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권 대표는 지난달 11일 첫 재판에서 경제력을 묻는 이바나 베치치 판사의 질문에 아내와 공동명의인 한국의 아파트가 300만 달러(약 4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지만, 다른 자산은 변동성이 크기에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산 규모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을 경우 향후 재판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베치치 판사의 경고에도 권 대표는 자신의 재산 규모에 대해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몬테네그로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권 대표 등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브란코 안젤리치 변호사는 최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 피고인들의 재정 상태에 관한 증거물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토대로 권 대표 등의 재산 규모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보고 다시 보석을 허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법원은 "변호인이 제공한 피고인들의 재정 상황과 피고인들의 범죄 행위 중대성, 피고인들의 개인 및 가족 상황 등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며 "법원은 검찰의 의견과는 달리 40만 유로가 피고인들의 재산상 작은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어 "피고인들이 소지하고 있던 벨기에 신분증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따라 이번 재판 절차가 언제 끝날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 등은 3월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위조된 벨기에 신분증도 발견됐다.
검찰은 권 대표 등을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해 현재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공문서위조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최저 3개월에서 최고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검찰은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의 보석 재인용 결정에 대해 사흘 이내에 항고할 수 있다. 상급법원에서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 대표 등의 구금은 유지된다.
권 대표 등은 이미 법원에 각각 40만 유로의 보석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의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에 열린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