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고갈시계에 다급한 국민연금

입력 2023-05-31 19:06
수정 2023-05-31 19:06



작년에는 주식도 안 좋고 채권 역시 급격한 금리상승 상황 속에서 수익률이 크게 악화했는데 올 들어 주식이 회복하고 채권금리 안정되면서 다행히 손실을 크게 줄였습니다.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수익률을 살펴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8년 -0.92%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연간 두자릿수 안팎의 양호한 성과를 내왔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유례없이 주식과 채권 모두 떨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냈는데, 작년 사례를 보면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지 새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발표한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재 953조원 규모인 적립기금은 오는 2040년까지 앞으로 약 17년간 계속 늘어나며 1755조원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후 줄어들면서 2055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5년 전 나온 4차 재정추계 때보다 고갈 시점이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이나 빨라졌습니다. 연기금 분야 전문가들은 투자의 기본원칙, 분산투자 원칙을 잘 지켜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주식이 떨어지더라도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채권이 안전판이 되어주고 부동산 등 대체투자 수익으로 마이너스를 메꿔줄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올 1분기 기준 국내외 주식에 총 406조원, 전체 기금의 46.2%를 투자하고 있고, 채권에 약 390조원, 대체투자에 153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오늘 발표한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르면 5년 후인 2028년까지 주식자산 비중을 55%까지 늘리면서 국내주식 비중은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을 크게 늘릴 예정이고요, 대체투자 비중은 15%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절대 투자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적립금이 1755조원까지 지금의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기 때문에 비중을 줄인다 하더라도 2040년까지는 절대규모가 줄어들진 않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최대치를 찍고 나면 줄어드는데, 이는 가진 자산을 현금화시켜 수령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 국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주식에서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431조원으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40조원 가까이 들고 있는데요,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지분의 약 8%이며 국민연금 국내주식투자액 전체의 22%에 해당합니다. 이를 팔기 시작한다면 삼성전자의 수급과 국민연금 수익률에 여파가 미칠 수도 있겠지요. 어제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조 달러 찍었다고 하는데,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당장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2040년 이후엔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특위와 별도로 정부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준비해왔는데요, 다음달인 6월중 복지부는 재정계산보고서 작성, 7월 공청회와 8~9월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월께 이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