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등에서 안전상비약 판매가 허용된 지 10년이나 지났지만, 다루는 품목은 여전히 13개에 불과합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품목을 늘리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약사들 반발에 가로막히는 등의 이유로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습니다.
김수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약국이 문을 닫은 새벽이나, 근처에 약국이 없을 때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
국민 10명 중 7명은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사 본 경험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제도가 생긴 이후 한 번도 재정비 한 적이 없어, 2012년부터 13개 품목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개정한 약사법엔 20개 품목 이내 범위에서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약사 단체 반발에 품목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약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석진옥 / 경기도 고양시 : 제가 원하는 상표가 없더라구요. (편의점에서 파는 약이 좀 더 많아지면 어떨 것 같으세요?) 그럼 더 편하겠죠?]
[김민혜 / 서울 서대문구 : 아이들 콧물약, 기침약 이런거요. 밤에 증상이 나타나서 먹여야 하는데 떨어졌다던지 그럴 때 (편의점에서) 상비약으로 팔았으면….]
최근 실시된 인식조사에서는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구입해 봤다는 사람의 62%가 '현재 판매되는 품목 수가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해당 인식조사에서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고 말한 품목도 공개했습니다.
[이명주 /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사무총장 :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추가 품목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 정도가, 지사제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았습니다. 한편 소아용 감기약과 소화제에 대한 수요가 새로 형성….]
실제로 국내에서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가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전부지만 미국은 설사약이나 지사제, 알레르기약 등도 있으며 품목도 3만개 이상으로 다양합니다.
일본 역시 드럭스토어나 마트 등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약품이 2천개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안전상비약 제도 정비가 잘 안 된 이유에 대해, 다양한 단체의 의견 충돌을 정부가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서라는 지적도 했습니다.
[이주열 /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 보건복지부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모니터링하고 조사했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을 하지 못 한 게 첫 번째 문제고요. 2018년 이후부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가 활동을 못 하고 있습니다. 논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이어갔어야 하는데…서로 의견 차이가 심하고요.]
소비자들의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수진입니다.
영상취재 : 김영석, 김성오, 영상편집: 김준호, CG: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