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사이드]
홍콩H지수, 잠시 약세장 진입
힘 빠진 中 경제?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최근 중국 증시가 고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가 리오프닝으로 선전할 거란 기대와는 다르게, 흐름이 부진한 상황인데요. 특히 어제는 홍콩H지수가 장중 잠시 약세장에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중국 증시가 전망과는 다르게 부진한 이유와 함께 전망 역시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어제 홍콩 증시. 특히 홍콩H지수 흐름 부터 확인해 보겠습니다. 홍콩H지수란 중국 본토 기업이 발행했지만, 홍콩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중 시가총액, 거래량 등의 기준에 의해 분류한 4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입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라고도 불리고 있는데요. 우량주로 구성되어 있고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습니다. 홍콩H지수는 어제 장중 1.3% 넘게 하락하며, 지난 1월 27일 기록한 고점에서 약 20% 하락했는데요. 통상적으로 증시가 고점에서 20% 이상 빠지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보죠. 이후 저가 매수세에 반등하며 마무리했습니다. 홍콩H지수 뿐 아니라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추종하는 ‘나스닥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2분기 들어 약 15% 하락했고요. 중국 본토 상하이 선전증시 시가총행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 지수도 작년 연말보다 주가가 내려간 상황입니다.
리오프닝 기대감과는 다르게 중화권 증시가 힘을 쓰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HSBC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봤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 경제 성장 동력이 둔화했다는 우려 때문이고요. 두 번째는 버핏이 TSMC를 매도한 이유. 바로 지정학적 갈등 때문입니다. 그럼, 각 요인도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먼저 경제 성장과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최근 나온 경제 지표들은 중국 경제가 생각보다 바르게 반등하고 있지 않다고 시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5월 산업생산은 전년 대비 5.6% 상승으로 큰 흐름상 상승하는 추세를 이어갔지만, 예상치였던 10.9%를 큰 폭으로 밑돌았습니다. 이외에도 중국 소매판매, 신규 대출 등 최근에 공개된 다른 지표들도 시장 예상에 미치지 못했는데요. 리오프닝 약 6개월 동안 중국 경제 회복세가 미약했던 걸 두고 파이낸셜타임즈는 소비 신뢰가 낮아진 점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중국인들이 미래를 걱정해 적극적으로 지출하고 있지 않고, 민간 투자 역시 약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위안화 가치 역시 하락했습니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지난 5월 19일 7위안을 돌파했는데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고시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7위안 즉 포치선을 돌파한 건 작년 12월 5일 이후 처음입니다. 결국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올랐다는 건 결국 중국 위안화 가치가 하락해 달러로 환전할 때 더 많은 돈이 든다는 의미죠. 경제 성장세 둔화로 인한 위안화 약세 역시 중국 증시에 하방 압력을 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여기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들이 많은데요. 최근 중국 정부의 지출 증가율을 보면 전년 대비 1.7% 증가로, 팬데믹 이전의 평균치인 14%대를 훨씬 밑돌고 있는데요. 또, 정부 지출은 흐름상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로 강조한 건 5%대 성장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아직 5% 성장 목표는 도달 범위 내에 있어, 중국 정부가 주요 부양책을 발표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는데요.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달성 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내년도 지출을 위해 당장 재정 지출을 늘리지 않을 거란 거죠. 한편 HSBC 등 일각에서는 약한 노동 시장과 수요 둔화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렇듯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중국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지정학적 갈등도 체크해보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계속되고 있죠. 어제는 미국 정부가 미·중 국방부 장관 회담 개최를 중국에 제안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지난주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가 해빙되기 시작하는 걸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다르게 아직 긴장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죠.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 성장 모멘텀 약화로 투자자들은 중국 대신 대안 투자처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은 5월 들어 900억 달러나 됐는데요. 이는 작년 10월 이후 최대 순유출입니다.
중국 증시 향방은 어떻게 될지도 확인해 볼까요. 글로벌 IB들은 전반적으로 앞서 언급한 중국 증시 약세 요인들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경제 활동 약화와 함께 디스인플레이션 심화, 그리고 기업 및 투자자 신뢰 약화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중국 증시 강세 의견을 보였던 월가 ‘황소’들도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대표적으로 BNY멜론과 씨티은행은 중국 증시 투자 의견을 기존의 비중 확대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결국 중국 증시 방향성에 있어 중요한 건 앞으로 나올 중국 경제 지표와 지정학적 갈등 향방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중국의 5월 PMI. 우리 시간으로 오늘 발표됩니다. 일각에서는 선행지표들이 PMI 호전을 나타낸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지켜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