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기업 문화가 변화하면서 대도시 주변 거주 지역이 활성화됐다는 사실이 각종 데이터로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 대도시 중심부는 빈 사무실과 세입자를 찾지 못한 매장 등 공동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주변 거주지역은 생기를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각종 대기업이 밀집한 뉴욕시의 경우 근로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도심 맨해튼이 아닌 거주지역 브루클린의 식당, 매점, 체육관 등의 매출이 늘어났다.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되면서 도시 상업활동의 중심지가 도시에서 거주지역으로 이전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과 관련한 빅데이터로 사람들의 이동행태를 분석하는 기업 'Pacer.ai'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도심의 경우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 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 30.7% 줄었다.
시카고 중심부도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 수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7.2% 줄어든 상태다.
그러나 LA의 거주지역인 사우스글렌데일이나 하일랜드파크, 시카고의 대표적 거주지역인 로건스퀘어의 경우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음식 배달 행태도 이 같은 추세와 부합한다.
배달앱 그럽허브에 따르면 2019년의 경우 뉴욕의 각 기업에서 주문하는 점심 식사의 95%는 맨해튼 중심부에서 나왔지만, 올해는 85%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카고에선 도심에 위치한 기업에서 주문하는 점심 식사 비율이 80%에서 60%로 감소했다.
도심 주변 거주지역의 인기 회복 현상은 주택임대 수요에서도 확인된다.
맨해튼 상업지구 주변에서 거주지역으로 유명한 그리니치빌리지의 올해 4월 기준 임대료 중간값은 2019년에 비해 30%나 상승했다.
LA의 거주지역 브렌트우드의 주택 임대료 중간값은 63%나 뛰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여전히 도심 사무공간의 공동화가 골칫거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도심 건물에 부과하는 재산세가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채우는 주된 수입이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심 거주지역의 경제가 아무리 활성화하더라도 빈 사무실로 인한 재산세 감소액을 채우는 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