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가 답보 상태인 가운데 열쇠를 쥐고 있는 회원국 튀르키예가 중요한 시기에 열리는 나토 회의에 불참한다.
30일(현지시간) 스웨덴 외무부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31일, 내달 1일 양일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되는 나토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토비아스 빌스트롬 스웨덴 외무장관은 오슬로 나토 회의 계기 차우쇼을루 장관과 회동해 자국의 나토 가입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불발된 셈이다.
스웨덴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작년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핀란드는 지난달 만장일치 동의를 받아 공식 회원국이 됐지만, 스웨덴은 튀르키예·헝가리가 가입 비준안 처리를 미루면서 아직 합류하지 못했다.
특히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앞장서서 제동을 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최근 재집권 성공으로 스웨덴은 물론 나토 역시 애써 표정 관리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외교장관회의가 나토가 스웨덴의 가입 목표 시점으로 잡은 7월 정상회의에 앞서 사실상의 거의 마지막 공식 회의라는 점에서 튀르키예의 불참을 둘러싼 여러 분석이 제기된다.
불참 통보가 언제 이뤄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28일 튀르키예 대선 당일 스웨덴 국회의사당 건물에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상징하는 깃발이 투사된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PKK는 튀르키예가 테러 조직이자 자국 안보 최대 위협 세력으로 간주하는 무장 단체다.
실제로 튀르키예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스웨덴 당국에 이번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나토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내가 이해한 바로는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불참하는 건 이번 주 튀르키예가 의회 구성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메시지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 당국과 계속 긴밀히 접촉 중"이라며 "장담할 순 없지만 그때(나토 정상회의)까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금이 스웨덴 가입을 마무리 지을 시점이고,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며 "향후 수주 내 (가입)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튀르키예가 도입을 희망하는 미국산 F-16 전투기 판매 문제와 스웨덴 가입 문제가 맞물려 있다는 관측은 일축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다만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발언과는 다소 배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기자들에게 "(에드로안이) 여전히 F-16 전투기에 대해 뭔가를 해결하고 싶길 원했는데, 나는 그에게 우리가 스웨덴에 대한 거래를 원하며 그 문제를 끝내자고 했다"고 했다.
이번 오슬로 외교장관회의에서 나토 회원국 장관들은 스웨덴 가입 현안 외에 7월 정상회의에서 채택하려는 새 방위비 가이드라인의 세부 내용을 논의한다.
나토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를 계기로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 목표를 각국 GDP 대비 2%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2%를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으로 삼아 방위비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현대화를 돕기 위한 다년간 지원 계획 방안을 비롯해 최근 갈등이 격화된 코소보-세르비아 문제도 외교장관회의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코소보 북부 일대에 나토 병력 700여명을 증강 배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면서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모두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 조처를 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 중재 대화에 다시 관여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코소보 북부 즈베찬에서는 지난주부터 새로 선출된 코소보 알바니아계 시장의 출근을 저지하려는 세르비아계 주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던 코소보 경찰, 나토 평화유지군 병력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나토에 따르면 전날에만 평화유지군 3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