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부채가 부실해질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차입비용 상승 시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IMF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지난해 2분기까지 4개 분기 평균으로 이자보상배율(ICR)이 1보다 적은 기업의 빚이 전체 기업부채의 22.1%에 이르렀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값이 적을수록 이자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1보다 적으면 해당 기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만큼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은 인도(31.1%)·태국(28.03%)·중국(25.8%)·인도네시아(22.7%) 등과 함께 해당 수치가 20%를 넘겼다.
필리핀(3.3%)·호주(6.3%)·싱가포르(6.6%)·홍콩(7.81%) 등은 10% 아래였고, 일본은 15.8%를 기록했다.
IMF는 아시아 각국 정부·기업·소비자 등의 부채가 2008년 금융위기 전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면서, 특히 저금리 시기 대출을 크게 늘린 산업군들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더 높은 기준금리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고 대출 여건이 더 빡빡해질 경우, 차입비용 상승으로 일부 기업은 디폴트에 빠질 수 있고 특히 부동산과 건설 부문이 취약하다는 게 IMF의 경고다.
IMF는 이달 초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부채에 대한 우려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보고서는 기본 시나리오보다 기업부채 스프레드가 1.5%포인트 정도 올라가는 '그럴듯한 대안' 시나리오 하에서는 한국·싱가포르에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이 차지하는 부채 비중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 부채 비중이 높은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또 신용 경색 등으로 기업부채 스프레드가 2.5%포인트 올라가는 '심각한 하강' 시나리오에서는 호주를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취약 기업들로의 부채 집중도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하강 시나리오에서 부동산 분야의 부채 부실이 두드러진다면서, 특히 한국·베트남은 이자보상배율이 1을 살짝 웃도는 부동산 기업이 많아 부실이 현저하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게다가 해당 보고서상의 집계는 상장기업 정보 제공업체 캐피털 IQ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중소기업 자료는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제 취약성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최근 몇 년간 기업들의 보유 현금 증가 덕분에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이 잠시 유예될 수는 있겠지만, 이자보상배율이 낮은 기업은 보유 현금도 적은 게 일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불확실성이 커지고 부채 부담과 차입비용이 높은 상황에서 경계를 유지해야 하고,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목표를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