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3개 분기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이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올해도 1%대 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장기적 구조개혁 없이는 과거와 같은 성장 잠재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은행과 OECD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속보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2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한 지난해 4분기(-0.4%)의 부진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은 OECD 회원국 평균(0.4%)보다 낮은 수준이자 현재까지 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30개국 중 16위에 불과하다.
국가별로 보면 포르투갈(1.6%), 핀란드(1.1%). 캐나다(0.6%), 스페인(0.5%), 이탈리아(0.5%), 일본(0.4%), 벨기에(0.4%) 등의 1분기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경제의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0.6%, 2분기 0.7%로 각각 OECD 회원국 평균인 0.2%와 0.5%보다 높았다.
그러나 3분기 0.3% 성장에 그쳐 OECD 평균(0.5%)에 역전을 허용한 데 이어 4분기(-0.4%)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플러스(0.2%) 성장한 OECD 평균에 크게 뒤처졌고 올해 1분기까지 이런 추세가 이어졌다.
우리 경제의 OECD 평균 성장률 하회가 일회성이 아닌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미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도 나왔다.
최근 한은이 우리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로 1.4%로 낮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총재는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낮춘 것과는 관련이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경제)가 이미 장기 저성장국면에 와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출산고령화가 워낙 심해서 대응해야 하고, 노후빈곤문제도 있는데 해결하려면 노동·연금·교육을 포함한 여러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 가입 후 처음으로 2021년(4.1%)과 2022년(2.6%) 2년 연속 연간 성장률이 OECD 회원국 평균(5.6%ㆍ2.9%)을 하회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OECD는 지난 3월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p) 낮춘 1.6%로 제시하면서 주요 20개국(G20)과 유로존의 전망치는 2.6%와 0.8%로 각각 0.4%p, 0.3%p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0.2%p 하향 조정한 반면 선진국 그룹의 전망치는 1.2%에서 1.3%로 0.1%p 높여잡았다.
미국(+0.2%p), 영국(+0.3%p), 이탈리아(+0.1%p) 등의 전망치가 올라간 영향이다. 선진국 그룹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내려간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0.5%p), 독일(-0.2%p) 등이었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선진국 성장률 평균이 1.3% 정도인데, 우리처럼 제조업 중심이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1.4% 성장은 비관적이라거나 경제 파국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지난 26일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 하향 조정했으나 여전히 우리 경제가 견조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언급하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선진국 평균보다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 차관은 "자동차·선박 등 비(非)IT 제조업과 내수가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1.8%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