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뒤 배우자(전 남편 또는 아내)의 국민연금을 나눠 갖는 수급자가 13년간 1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이른바 '분할연금'을 청구해서 받는 수급자는 2023년 1월 현재 6만9천437명에 달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6만1천507명(88.6%), 남성 7천930명(11.4%)이었다.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0년까지만 해도 4천63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6천106명, 2012년 8천280명, 2013년 9천835명, 2014년 1만1천900명, 2015년 1만4천829명, 2016년 1만9천830명 등으로 오르다 2017년에는 2만5천302명으로 2만명선을 뚫었다. 이후 2018년 2만8천544명, 2019년 3만5천4명, 2020년 4만3천229명, 2021년에는 5만3천911명, 2022년 6만8천196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2010년과 견줘서 2023년 1월 분할연금 수급자는 15배가량으로 늘었다. 비록 작년에 감소하긴 했지만, 이른바 '황혼 이혼'이 그간 해마다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분할연금 액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1월 현재 월평균 수령액은 23만7천830원에 불과했다.
월 수령액별로 보면 20만원 미만이 3만6천833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만∼40만원 미만 2만2천686명, 40만∼60만원 미만 7천282명, 60만∼80만원 미만 2천181명, 80만∼100만원 미만 352명, 100만∼130만원 미만 68명, 130만∼160만원 미만 26명, 160만∼200만원 미만 9명 등이었다.
분할연금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을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분할해 일정액을 받도록 한 연금제도로 1999년 도입됐다.
집에서 육아와 가사노동을 하느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더라도 혼인 기간 정신적, 물질적으로 이바지한 점을 인정해 일정 수준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영국,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분할연금을 타려면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
우선 이혼한 배우자가 노령연금(수급 연령이 되었을 때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을 탈 수 있는 수급권이 있어야 하고, 이혼한 배우자와의 혼인 유지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또 분할연금 신청자 본인은 물론 이혼한 배우자가 모두 노령연금 수급 연령(1953년생 이후부터 출생 연도별로 61∼65세, 2023년 현재는 63세)에 도달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해서 일단 분할연금 수급권을 확보하면 재혼하거나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 또는 정지되더라도 그와 상관없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할연금 수급권을 얻기 전에 이혼한 배우자가 숨져 노령연금 수급권이 소멸했거나 장애 발생으로 장애연금을 받으면,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다.
연금 분할 비율은 2016년까지는 혼인 기간 형성된 연금 자산에 대해 일률적으로 50 대 50이었지만 2017년부터는 당사자 간 협의나 재판을 통해 그 비율을 정할 수 있게 했다.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만 분할해서 나누는데, 이를테면 연금이 월 80만원이고, 혼인 기간 해당액이 월 70만원이면 보통은 월 35만원씩 나눈다.
2018년 6월 중순부터는 가출이나 별거 등으로 가사나 육아 등을 부담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혼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기간 등은 분할연금 산정에서 빠진다. 이혼 당사자 간에 또는 법원 재판 등에 의해 혼인 관계가 없었다고 인정된 기간도 제외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이혼한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지급할 때 배우자가 가사나 육아를 분담하지 않은 별거 기간은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남편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이혼한 배우자 B씨에게 별거 기간에 대한 분할연금을 지급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부부가 별거 상태에서도 가사·육아를 분담했다면 상대 배우자의 노령연금 수급권 형성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B씨는 아무런 역할을 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까지 분할연금 수급권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부부생활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기간까지 연금 분할 대상에 넣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사진=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