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 이후 중국을 상대하는 서방세계의 기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G7은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 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적 회복력이 디리스킹(de-risking)과 다각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성명에는 세계 경제를 왜곡하는 중국의 비시장적인 정책, 안보를 위협하는 기술에 대한 보호를 언급하면서도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 관계를 구축할 준비가 돼 있다"는 대전제를 달았다.
로이터와 뉴욕타임스 등은 외교안보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서방세계가 중국에 대한 완전한 고립 대신 경제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섰다고 진단했다. 이번 G7 회의를 주도한 일본만해도 중국은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의 지위를 차지한 핵심 교역 상대국이다.
통신은 맥도날드 로리어연구소의 조나단 버크셔 밀러 이사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이 관여되어 있는 위험을 인식하고,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카토 중국연구소의 미코 후오타리 역시 "중국에 불평할 구실을 주지 않으면서, 글로벌 사우스(인도 등 신흥국가)를 끌어안으면서 역내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였다"는 평가를 내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27일 제이크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이 이미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정책적인 변화를 보여왔다. 제이크 설리반 국가안보 보좌관은 당시 "탈리스크는 근본적으로 탄력적이고 효과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다른 국가의 강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G7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제거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다변화하려고 한다”며 “조만간 해빙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방세계의 덜 적대적인 언어적인 변화에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탈리스크가 위장된 디커플링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역시 칼럼을 통해 "덜 호전적으로 들릴 뿐 근본적인 적대감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역시 G7 성명에 대해 "진영 대결과 도발 조장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력의 올바른 길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CNBC에 출연한 밀라노 폴리테크니코의 중국담당인 줄리아노 노시는 "G7은 중국에 대해 단일주의적인 시각을 보여줬다"며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한편으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디커플링은 한 달 전만해도 미국에게 마법의 단어였지만, 여러 제품의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이는 불가능하다"며 "미국 중심이 일극세계에서 다극 세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