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쿨해졌다"
과거 미국 내에서 저가 브랜드로 잘 알려졌던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혁신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WSJ은 '현대는 어떻게 그렇게 훌룡(cool)해졌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차·기아의 창업부터 미국 시장 진출, 그리고 세계 3위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기업인 테슬라를 목표로 삼을 정도로 전기차 선도 기업 반열에 오른 점을 부각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는 지난 4월 뉴욕 오토쇼에서 비평가들의 호평 속에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됐다.
현대차·기아 전기차로 한정한 구매자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눈길을 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구매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소득층의 연 수입은 25만 달러(약 3억3천만 원) 이상이었다.
모든 모델로 범위를 넓히면 5만~7만5천 달러대 소득자들이 가장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과거 아우디 소유자로 전기차 가운데 포드 머스탱 마하-E 등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아이오닉5를 구매한 메인주 포틀랜드의 의사 앤드루 맨콜은 WSJ에 "제가 현대 사람이냐구요? 몇 년 전에는 아마도 아니라고 답했을 겁니다. 지금 대답은 네(yes)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현대차·기아에 대해 찬사를 보내거나 경계하고 있다.
짐 팔리 포드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전기차 부문 경쟁에 대해 질문을 받자 "가장 주목하는 회사는 현대차·기아와 중국 업체들, 테슬라"라고 말했다. 팔리 CEO는 2021년 출시된 현대 아이오닉5에 대해 일부 소프트웨어 기능이 자사보다 낫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작년 여름 "현대차는 꽤 잘하고 있다"는 트윗 글을 올린 바 있다.
작년 현대차는 685만 대를 팔아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 완성차 제조업체에 올랐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3위로, 선두 테슬라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현대차의 위상이 높아진 배경에는 지난 2020년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초대 회장으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은 정의선 2대 회장이 있다고 WSJ은 소개했다. 정의선 회장은 전기차뿐 아니라 비행자동차(Flying Car)와 로봇 같은 혁신 기술들(moonshot technologies)에 대한 투자를 독려해왔다.
현대차·기아가 가진 비결 중 하나는 의사결정과 실행이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인 2019년 닛산자동차에서 영입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논쟁은 없다"면서 "일단 (경영진의) 결정이 내려지면 실행은 매우 빠르다"고 밝혔다.
해외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기아차 사장일 때 뉴비틀로 유명한 폭스바겐의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채용했는데, 그는 훗날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장에 올랐다.
다만, 미국에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기아에는 최근 과제가 생겼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최대 7천500달러를 주는 전기차 보조금 지금 대상에 전기차를 모두 미국 밖에서 제조하는 현대차·기아는 빠진 것이다. 이후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판매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총 55억 달러를 투입하는 현대차·기아의 조지아 공장은 이르면 내년 말에나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