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집권당, 총선 압승…과반 확보엔 실패

입력 2023-05-22 05:50


그리스 단독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ND·이하 신민당)이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민당은 단독 집권 연장을 위한 과반 의석에는 미치지 못해 7월 초 2차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로이터, AFP, AP 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82%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신민당은 40.8%를 득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가 당수인 최대 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20.1%에 그쳐 신민당과 격차가 2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그간 여론조사에선 신민당과 시리자의 지지율 격차가 6∼7%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실제 선거에선 신민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뒀다.

그리스는 전현직 총리가 격돌한 이번 총선을 통해 4년간 의회를 이끌어갈 300명의 의원을 새롭게 선출한다.

신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바뀐 선거법으로 인해 단독 정부 구성은 어렵게 됐다.

그리스는 1990년 이후 최다 득표한 정당에 50석을 '보너스'로 몰아주는 제도를 유지해왔다.

지금까진 득표율이 저조해도 1위를 차지하면 비교적 쉽게 과반을 확보해 집권할 수 있었다. 신민당이 2019년 총선에서 39.85%를 득표하고도 과반인 158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제도 덕택이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이 제도가 폐지됐다. 여론조사업체들은 한 정당이 단독 집권하려면 최소 득표율 45%를 얻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내무부는 신민당이 과반 의석(151석)에 6석 부족한 145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민당은 22일부터 사흘간 연정 구성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거나 이를 포기하고 7월 초 2차 총선을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민당이 2차 총선을 통해 단독 집권을 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차 총선에서는 제1당이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당이 2차 총선에서 또다시 승리한다면 자력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미초타키스 총리가 원하는 내각으로 4년 더 집권할 수 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이날 신민당이 20%포인트 이상 대승을 거둔 것에 대해 "정치적 지진"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그리스는 개혁을 믿는 정부가 필요하며, 이는 취약한 정부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를 2차 총선을 시사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미초타키스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단독 정부를 선호한다며 연정 협상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은 바 있다.

신민당의 고위 간부인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는 "이번 결과는 신민당이 2차 선거에서 충분한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의 컨설턴트로 일했던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 경제의 극적인 부활을 이끈 인물이다.

그리스는 2021년 8.4%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2년에도 5.9%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자신만이 그리스 경제를 발전시키고 최근의 성장세를 공고히 이어갈 수 있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10여년 전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던 그리스 국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줬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도청 스캔들과 올해 2월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열차 정면충돌 참사는 그 파장에도 불구하고 표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 협상이 불발될 경우, 2차 총선은 7월 2일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