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사자' 행렬에"...'강달러'에도 환율 하락

입력 2023-05-20 08:09


이번주 전세계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가면서 외환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은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다가 연말쯤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중국 경제 회복 효과 등을 반영해 1,200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9일 전주 대비 7.8원 하락한 1,326.70원에 마감했다. 원화가 달러 대비 0.59% 강세를 나타냈다는 뜻이다.

원화의 이러한 흐름은 유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와 반대였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는 약 1.25%, 엔화는 2.46%, 중국 위안화는 1.15% 각각 내렸다.

달러가 지난주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음에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은 외국인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 순매수는 원화 매수 수요를 높여 환율에 하락압력으로 작용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삼성전자의 일본 반도체 연구 거점 신설 소식 등이 반도체주에 호재로 작용했다"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자본이 들어오면서 원/달러만 역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달러도 지난주 달러 대비 0.37% 상승하며 원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대만 증시 역시 지난주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위험선호가 회복되는 가운데 한국 내 재정증권에 대한 외국인 매수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한국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채 가격은 저점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이번주 하락하기는 했지만, 아직 1,300원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 2월 미국 긴축 속도 조절 기대에 1,21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한 달째 1,300원대에 갇혀 있다.

한국 수출 부진과 반도체 경기 둔화 우려에 미국 은행권 불안, 부채한도 협상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환율은 당분간 1,300원대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상단을 1,350∼1,360원대로 예상했다.

백 연구원은 "환율과 상관관계가 있는 유가, 구리, 반도체 단가 등 지표를 통해 추정해보면 환율은 좀 더 오를 수 있다"면서 "상반기 상단은 1,360원까지 열어둔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3분기 초까지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 등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노이즈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지만, 박스권 상단은 1,350원대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쯤에는 환율이 1,200원 후반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백 연구원은 "연말에는 1,270원대 안팎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데, 달러화를 떠받치는 기둥뿌리가 하나 뽑힌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경제회복 모멘텀이 최근 꺾이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고 일본도 연내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한다"며 "달러 강세가 상반기 이후로도 이어지기보다는 꺾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환율은 하반기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1,200원대 후반대 진입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