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를 필두로 한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국에 빼앗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2027년까지 탈환하는 것을 목표로 65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2027년 세계시장 점유율을 50%까지 높이고,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5년 이상으로 벌리는 동시에 작년 기준 65%에 그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급도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고, 특화단지 조성과 규제 해소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디스플레이 강국 지위를 공고히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코트야드 서울 남대문 호텔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 전략 원탁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디스플레이 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김성철 삼성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CTO),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 김용재 삼성전자 부사장, 박원환 한솔케미칼 대표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업계는 우선 중국에 빼앗긴 시장 1위 자리를 되찾고 세계 점유율을 50%까지 올리기 위해 2027년까지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라인 증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 등에 6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은 2004년 일본을 제치고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한 중국의 맹추격에 2021년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42.5%로 1위였고, 한국(36.9%)과 대만(18.2%)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세제·정책금융 지원, 인프라, 규제 개선 등을 통해 65조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K칩스법'(개정 조세특례제한법)으로 디스플레이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상향한 데 더해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기관을 통해 신규 투자에 9천억원의 정책 금융을 제공한다.
또 디스플레이 특화 단지 지정을 검토하고, 현재 연 1회 받도록 돼있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안전성 검사를 탄력적으로 2∼4년에 한 차례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현재 3년 수준인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는 5년 이상으로 벌리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4천200억원 규모의 R&D 자금을 집중 투입해 IT용 8세대, TV용 10세대 장비·공정 등 대량 양산 기술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관련 제품의 생산 원가를 낮추고, 한국이 강세인 OLED의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산업부는 기대했다.
나아가 경쟁국과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OLED가 갖는 한계를 넘어 더 밝고, 수명이 더 길며, 더 큰 화면 구현이 가능한 '무기발광 디스플레이'(iLED) 기술 선점을 위한 대규모 정부 지원도 추진된다.
산업부는 소재·부품부터 공정, 인프라, 제품 양산까지 전 주기에 걸친 iLED 국내 생산 기반 마련을 위해 약 9천5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사업을 하반기 추진한다. iLED 개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날 회의에서는 산·학·연이 참여하는 'iLED 산업 육성 얼라이언스(동맹)'도 출범했다.
아울러 소부장 자립도를 현재의 65% 수준에서 80%로 높여 공급망을 공고히 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파인메탈마스크(FMM), 노광기, 봉지장비 등 80개 소부장의 기술 자립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여기에 5천억원 이상의 정부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국산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 규모가 작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투명 디스플레이·확장현실(XR)·차량용 등 3대 디스플레이 신시장 창출도 혁신 전략에 담겼다.
정부는 유리처럼 투명하면서 얇고 가벼워 지하철 스크린도어 등에 쓰일 수 있는 투명 디스플레이, 0.3인치 이하의 XR 기기용 초소형 패널,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5년간 총 7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민관은 또 향후 10년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도할 우수 인력 9천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패널 기업은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를 통해 수요에 맞는 인력을 적기에 육성하고, 정부는 특성화 대학원 개설로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고 학부 전공 신설도 추진한다.
이창양 장관은 "오늘 전략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한 결과이자 세계 1위 탈환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이라며 "점유율 50% 달성, 기술 격차 5년 이상 등 핵심 목표를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해 반드시 이뤄내자"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