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터져나온 SG증권발 매물 폭탄과 함께 CFD를 활용한 주가조작사건은 현재 수사와 검사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3,400여 개의 CFD 모든 계좌를 살펴보고, 과거 10년 치 거래기록을 들여다보겠다는 게 정부와 감독 당국의 입장인데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투기 세력에게는 주가조작을 가능케 해 자본시장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상품들을 살펴봤습니다.
지난 2019년 매월 돌아오는 옵션 만기일의 변동성을 분산하고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에 보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된 '위클리 옵션(Weekly Option)'을 집중 조명하겠습니다.
취재 결과 도입 취지는 흔적도 없고 매주 목요일 열리는 도박판으로 전락한 상태였습니다.
먼저 정호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매주 목요일, '위클리 옵션'을 통해 코스피 200 지수 상승·하락에 베팅하는 불개미들이 늘고 있습니다.
'위클리 옵션'이란 2019년 9월 출시된 장내 파생상품으로, 일반 월물 옵션과 달리 일주일 단위로 만기가 돌아옵니다.
정부는 위클리 옵션을 출시하며 정규 옵션 대비 적은 비용으로 헤지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옵션 만기일 효과도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 위클리 옵션을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정부와 180도 달랐습니다.
적은 돈으로도 레버리지를 통해 수백 배의 이익도 얻을 수 있어 '인생 역전'이 가능한 도박판이라는 것입니다.
국내 위클리 옵션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의 거래 규모는 도입 당시와 비교해 80배 넘게 커졌는데, 직장인 주식 커뮤니티에선 "여긴 매주 터진다", "국가가 인정한 합법 도박으로 오라"는 등의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기대 수익만큼이나 기대 손실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만기가 짧은 탓에 지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위클리 옵션 투자자 : 지수가 갑자기 하루에 2% 이상 방향이 반대로 나온다고 하면 그날 위클리 옵션 같은 경우는 휴지가 되는 거고…평균적으로 손실 계산하면 일 년에 한두 번씩은 3천만 원 정도 손실 난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최근 문제가 불거진 차액결제거래(CFD) 상품보다 낮은 진입 장벽도 문제로 꼽힙니다.
CFD는 개인전문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한 반면, 1천만 원 이상의 예탁금과 몇 시간의 교육만 수강하면 누구나 위클리 옵션 시장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이지만 도박판으로 바뀐지 오래된만큼 전문가들은 시장 감시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강경훈 /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주가 조작할 사람들은 이제 CFD가 아닌 다른 방법을 쓰겠죠. 당연히 그렇지 않겠습니까? (거래) 정보를 지금은 감독 당국만 보고 있는데, 투자자, 판매사가 볼 수 있게 해주면 자연스럽게 모니터링이 되거든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정부와 감독 당국, 증권업계의 관심이 CFD로 쏠려 있는 사이,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는 또 다른 도박판으로 대박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정호진 기자입니다.
영상취재 : 양진성, 김영석 / 영상편집 : 김민영 / CG :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