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사라질 '커피 한 잔'의 여유

입력 2023-05-15 16:16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오는 2100년까지 전 세계 커피 경작지의 절반 이상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영국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제사회의 목표대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은 수준으로 제한하더라도 커피 경작이 가능한 땅이 최대 54.4%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단체는 커피 산지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가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우, 가뭄, 산사태 등 기후 이상 현상에 시달리면서 글로벌 커피 산업이 위축하고 재배 농가의 빈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덕 리처드슨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지난 3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1980∼2020년 커피를 생산하는 12개국 모두에서 커피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기후 위험 요인이 더 빈발해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온두라스의 커피 생산자인 야디라 레무스는 "예전에는 커피는 심기만 하면 스스로 자라났던 식물이었다는 점에서 이건 분명히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며 "기온은 계속 오르고 날씨를 예상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지금이 겨울인지 여름인지, 언제 묘목을 심을 수 있는지 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 해 한 해가 다르고 예상이 안 되기에 그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영국커피협회의 2017년 통계를 인용해 영국에서 하루 9천800만 잔의 커피가 소비되고 있고, 이에 따른 일자리는 21만 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절반 이상이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수입되는데, 이들 국가 모두 기후 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주 기온이 44도가 넘는 폭염이 덮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를 내놓은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선진국 정부가 채무 변제, 재정 지원 등을 통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개발국 농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의 이트나 테칼리뉴 에티오피아 담당은 "아프리카는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나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는 4%만 배출한다"며 "하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것은 아프리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