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해외 지점 예금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예금보험 한도(25만달러)를 초과한 모든 금액을 보장받은 미국 지점 예금주들과 달리 이들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FDIC 대변인은 WSJ의 질의에 "외국 지점들이 보유한 자금은 예금보험에 따른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SVB가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설립한 지점 고객들이다. SVB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영업을 위해 설립한 케이맨제도 지점의 예금은 현재 FDIC의 관리 하에 있으며, 지난 3월 말 SVB 본사를 인수한 퍼스트시티즌스의 인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다수의 중국 투자회사를 포함한 SVB 케이맨제도 지점 고객들은 두 달 넘게 자신들의 예금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은 물론 원금을 날릴까 봐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SVB 붕괴 직후 '모든 SVB 예금이 원상회복될 것'이라는 미 금융당국의 발표가 자신들의 예금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지점 고객들이 3월 말 받은 은행 계좌 명세서에는 잔고가 '0'달러로 찍혔고, 모든 예금이 'SVB의 파산관재인'(FDIC)으로 이체된 것으로 기재됐다.
WSJ에 따르면 FDIC는 3월 말 SVB 케이맨제도 지점 예금주들에게 그들의 예금은 보험 대상이 아니라며 '일반 무담보 채권자'로 취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따라서 FDIC가 관리 중인 SVB 자산을 청산하고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먼저 돈을 나눠준 뒤 남는 돈이 있어야 이들 고객이 예금의 일부라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홍콩의 사모펀드회사 피닉스프라퍼티인베스터의 한 관계자는 "FDIC가 비보장 예금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우리 예금도 여기에 포함되는 줄 알았다"며 "우리는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