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뛰어들기 힘든 '금값 2천달러'…여기서 더 오른다고? [김보미의 머니뭐니]

입력 2023-05-13 06:01


가파르게 상승하다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듯 했던 국제 금 가격이 다시 온스당 2천 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11일 종가 기준 온스당 2020.40달러. 지난달 1,980달러 선까지 하락했지만 미국 연준이 5월을 끝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감에 반등한 것이다.



(▲ 올해 국제 금가격 추이)

금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지난 2020년 8월 온스당 2069.4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현재 최고가 재경신까지 약 50달러만을 남겨두고 있다. 거의 정상에 다다른 셈이다. “이미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아니다, 더 오를 수 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현재 전문가들은 추가 상승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연준은 금을 찍어낼 수 없다'는 보고서에서 향후 1년 6개월 내에 금 가격이 온스당 3천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냈고, 씨티그룹은 연내 2,300달러선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가 무엇일까.

Chapter1. 과거에 ‘답’ 있다…11월부터 내리막길로 돌아선 '실질금리'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실질금리에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 간 국제 금 가격와 실질금리(명목금리-기대인플레이션)와의 상관관계는 -0.84를 나타냈다. 역의 상관관계가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제 금가격(빨간색) & 실질금리(10년 만기 미국 물가연동국채 금리 TIPS) 추이)

여기서 실질금리는 실제 내 손에 떨어지는 이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예금을 하는데 이자가 10%라고 해보자. 그런데 만약 1년 동안 물가가 10%나 뛰었다면? 실제 수익은 0%이다. 이 0%가 곧 실질금리인 것이다. 반대로 예금 이자를 10% 받는데, 물가 상승률은 5%였다면 어떨까. 실질금리는 5%가 된다. 실질금리가 높으면 굳이 금이 아니어도 다른 투자처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실질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면? 만족할 만한 수익을 가져다 줄 투자처는 마땅치 않고, 결국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실질금리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 단행 이슈가 남아있는 현 상황에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올해는 실질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가 전망되는 만큼 금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현시점에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적절한 투자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국 연준이 9월 FOMC를 기점으로 해서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25bp 인하 가능성은 47.9%, 50bp 인하 가능성은 28.5%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자료)

Chapter2. 전세계 금 모조리 쓸어담는 중국…"더 산다"



2019년 9월 이후로 한동안 금을 사지 않았던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6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 6,676만 온스. 한 달 평균 69만온스씩 매입해 왔는데, 이는 약 19톤을 넘어서는 양이다.

중국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로 금 사재기에 나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우크라이나이나 전쟁으로 단행된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정) 시스템 차단을 지켜본 중국이 미국 제재에 대비해 달러 보유를 줄이고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인플레이션도 영향을 미쳤다. 불확실한 시장에서 역시 믿을 것은 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 가치가 앞으로 계속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공격적으로 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앞으로도 금 매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실물자산 및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 랭 라살의 팡밍 중국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중국 보유자산 중 금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보유자산 다원화 등을 위해 향후 금 보유량을 추가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비축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로, 미국 등 선진국의 50% 이상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Chapter3. 그래서 앞으로는?…“선택은 투자자들의 몫”

이외에도 △금 채굴 공급량 감소, △세계 준비통화 내에서 미국 달러화의 비중 축소,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달러가치 하락→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 가격 등 금 가격의 추가 상승을 지지하는 근거는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통화구성 공식 외환보유고 조사에 따르면,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세계 중앙은행 준비금에서 미국 달러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71%에서 지난해 약 59%로 20여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달러인덱스 & 국제 금가격 추이)

다만 금 가격이 단기간에 빠르게 올랐다는 점이 투자자들로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터. 때문에 GO냐, STOP이냐, 정상을 바라보고 있는 금 가격을 놓고 투자자들의 셈법은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