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담판이 일단 무위로 돌아간 가운데 10일(현지시간) 공화당과 타협 없이 부채 한도 증액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 발할라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부채 한도 상향을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신뢰하고 믿을만한 국가라는, 우리가 어렵게 구축한 명성"을 지키기 위한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부채 한도를 둘러싼 논의가 "워싱턴DC에 국한된 이론적인 논쟁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 실제 영향을 미칠 결정"이라며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못하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공화당 내 극단주의 세력을 가리키는 "마가"(MAGA)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부채 한도 상향에 반대하면서 "경제를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채무 불이행은 "조장된 위기"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하원의장이 부채 한도를 1년간 상향하는 조건으로 요구한 연방정부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의료, 교육, 안전, 보훈 등 수백만 중산층에 중요한 정부 정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하고서 정부 부채가 증가한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부유층과 대기업이 내는 세금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빚진 돈을 떼먹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는 돈을 갚는다"라며 채무 불이행은 선택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뉴욕 방문 기내 브리핑에서 "어제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 간 대화는 미국이 사상 처음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길에 대한 생산적인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디폴트 문제는 의회가 해야 할 일"이라며 공화당이 디폴트 차단을 위해 부채한도를 조건 없이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백악관 참모진은 의회 지도자 참모들에게 (협의하러) 갈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2일 의회 지도자들을 다시 만날 때까지 매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를 만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부채한도가 증액되지 않으면 다음 달 1일 사상 초유의 디폴트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미 재무부는 경고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부채 한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문제의 키를 쥔 공화당 하원이 무조건 한도를 올려야 하며 공화당이 문제 삼는 예산 삭감 이슈는 별도 사안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디폴트를 막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만에 최소 상승 폭을 기록했다는 미 노동부 발표에 대한 성명에서도 "연간 인플레 상승률이 10개월 연속 하락하고,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 모든 진전 속에서 하원 공화당이 디폴트를 막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제 말했듯이 디폴트를 (협상)테이블에서 제거한 뒤에 예산에 대해 별도로 대화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는 가족에 비용을 높이는 극단적인 의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 대한 신용과 완전한 믿음을 인질로 잡으려는 (공화당의) 시도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