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한국 경제가 1.3%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국내 주요 기관 가운데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9일 발표한 '2023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1.7%에서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연구원은 그동안 누적된 저축과 대면 경제활동 확대 등을 바탕으로 민간 소비가 다소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설비투자 부진 등이 성장을 강하게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민간 소비 증가율은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누적된 가계의 현금성 자산이 한동안 서비스 중심의 소비 수요 증가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부터 누적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한 이자 상환 부담 가중, 부동산시장 부진 등으로 소비 증가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또한 하반기 경기 위축 우려, 물가 불확실성도 민간 소비의 증가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요 감소·재고 증가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투자가 위축될 전망이다.
연구원은 건설투자 증가율을 1.9%로 전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민간·공공의 고른 건설 수주 증가, 최근 급등한 원가 일부 반영 등을 고려하면 올해 건설투자는 상대적으로 양호하겠으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세시장 불안 등에 따른 건설 수주 위축은 내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총수출 증가율은 0.7%로 예상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세계 교역·운송 서비스 수요 둔화, 중국 경제 활동 재개 영향 제약 등으로 재화와 서비스 수출이 모두 부진할 것이라는 게 연구원 분석이다.
연구원은 총수입 증가율을 3.6%로 전망했다. 에너지 수입이 지속되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회복에 기인한 서비스 지급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에 수입이 수출보다 늘어나면서 순 수출이 전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4%로 전망하며, 상반기 4.1%를 기록하다가 하반기 2.7%로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물가가 석유류 가격 하락, 공업제품 가격 상승 폭 둔화 등에 힘입어 점차 하향 안정세를 보이겠으나 유가 등 원자재 가격·원화 환율 움직임,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폭을 183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 326억달러에서 낮춰잡았다. 반도체 업황 부진, 대외수요 둔화로 수출이 감소하지만,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수입 수요가 지속되면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평균환율을 1,306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환율 1,292원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11월 전망치 1,36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라 글로벌 달러화 지수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환율은 점진적인 하락 추이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계 성장률 둔화, 높은 금리 수준, 경기 불확실성 등에 따른 대내외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거시경제정책은 '성장'보다 '안정'을 우선시하는 한편 금융 불안이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