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기차 유럽서 더 잘나갔다…美 판매량 두 배

입력 2023-05-07 13:12
수정 2023-05-07 14:18


국산 전기차(EV)의 유럽 수출이 대미 수출량의 2배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지역으로,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가장 큰 수출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7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기업설명(IR) 자료 등에 따르면 두 회사의 올 1분기(1∼3월) 유럽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3만3천831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1만5천945대, 기아는 1만8천886대다.

이는 중국을 제외하고 유럽과 더불어 양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의 2배가 훨씬 넘는 판매량이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현대차가 8천623대, 기아가 6천80대로 총 1만4천703대를 팔았다.

유럽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쟁쟁한 업체들이 앞다퉈 전동화 전환에 공을 들이는 데다,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최대 정책 의제로 삼고 있어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

1분기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기아 니로 EV(8천758대)였고, 이어 기아 EV6(8천574대), 현대차 코나 EV(7천743대), 현대차 아이오닉5(6천114대) 등 순이었다.

유럽에서 판매량이 많은 니로 EV는 미국에서는 2천688대, EV6는 3천392대 팔려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아이오닉5(5천736대)다.

국내 공장에서 조립해 수출하는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는 유럽 출시 이듬해인 작년 2월 한국 자동차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자동차상과 디자인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도 전통적 자동차 강국인 영국, 독일 등에서 잇달아 '올해의 차'로 뽑혔다.

유럽이 전기차 수출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데는 주력 차종으로 내세운 제품이 현지 시장 수요와 맞아떨어졌고 투입 시기도 적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국내 기준으로 소형에 해당하는 B세그먼트나 준중형급인 C세그먼트 수요가 많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차급이다.

현대차그룹이 앞서 현지에 내세운 전용 전기차 2종(아이오닉5·EV6)이 모두 C세그먼트로 분류되고, 역시 볼륨 차종(많이 팔리는 차종)으로 꼽히는 니로와 코나 EV는 B세그먼트에 해당한다.

아울러 코로나 대유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악재로 유럽 자동차 업계가 한동안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상품성까지 갖춘 간판 차종들이 현지 시장에 투입된 것도 수요를 끌어오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해 들어 유럽에서 국산 전기차 판매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현대차그룹의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줄었다. 같은 기간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는 43.2% 증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국산 전기차 판매량 감소는 전년도 주력 차종 판매 호조의 기저효과와 코로나 엔데믹 등에 따른 경쟁 심화 등이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표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는 각각 2021년 5월과 7월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해 이듬해인 작년 신차효과를 타고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는 시기상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 엔데믹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등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되살아나는 추세라 전기차 시장 경쟁도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고성능 상품인 EV6 GT와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 신형 코나 EV 등을 유럽 시장에 투입해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하며 현지 시장 확보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