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탄약 부족 등 국방부 지원 부족을 이유로 오는 10일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전황에 미칠 영향에 촉각이 쏠린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분석기사에서 바그너 용병그룹이 바흐무트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그 빈 자리를 러시아 정규군이 메우더라도 전투 양상이 상당 부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군은 이번 전쟁에서 바그너 용병단을 위험한 초기 공격에 투입해 우크라이나군 전력을 약화시킨 뒤 더 잘 훈련된 정규군 부대를 투입하는 전술을 펼쳐왔다. 바흐무트 전투에서도 시내와 시 외곽 등 2개 현장으로 나눠 역할을 분담했다. 도시 내부에서의 시가전은 바그너 용병그룹이 맡았고, 러시아 정규군 부대는 시 북서쪽·남서쪽 외곽의 마을과 들판에서 접근로를 차단해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려 노력했다.
NYT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바그너 용병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경우 시가전이 약화하거나 교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바흐무트에서 바그너 용병 철수와 러시아 정규군 대체 투입이 원활히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 CNN 방송은 철수는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이라면서 바그너 용병단이 바흐무트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에어비앤비 열쇠를 러시아군에 넘겨주고 나오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러시아 탈영병들이 전선에서 이탈하려 할 때 총격을 받았다는 여러 보도가 있었다면서, 바그너 용병단은 러시아 국방부가 대부분의 전장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최전선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이 철수 와중의 혼란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의 '바흐무트 철수' 발언의 신빙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군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해 러시아군이 내분과 전력약화, 철수 등을 운운하며 가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대변인 안드리 체르냐크는 5일 현지 통신사에 "바흐무트에서 바그너 용병부대의 철수가 임박했다는 어떠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체르냐크 대변인은 "프리고진의 발언은 9일까지 바흐무트를 점령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며 탄약 부족으로 바흐무트에서 철수한다는 그의 발언은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이 전승절인 9일까지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다른 전선에 배치됐던 바그너 용병을 추가로 투입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현지 TV에 "전선 전반에 걸쳐 있던 바그너 용병을 바흐무트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동부사령부 세르히 체레바티 대변인은 "러시아 측의 집중 포격이 계속되고 있어 탄약 부족으로 철수한다는 프리고진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면서도 바흐무트에서 바그너 용병의 하루 사상자가 200명에 이르는 등 손실이 충원보다 많던 상황인 만큼 해체 내지 철수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규모의 피해가 계속되는데 대체인력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며 "바그너는 바흐무트에서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