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침체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 미국 은행권 불안의 다음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22층짜리 건물은 2019년 약 3억 달러(약 4천억 원)의 가치가 있었다. 현재 매물로 나와 곧 입찰이 마감되는데, 약 6천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4년 만에 가치가 80% 하락한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그룹은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의 공실률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7배가 넘는다.
비슷한 현상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맨해튼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통계 회사 코스타그룹은 1분기 미국 전체 가운데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비어있는 오피스의 비율이 12.9%로 2000년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라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미국 내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이 느리고 경기 침체로 대규모 구조조정도 지속되면서 공실률은 내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은 내려가고 임대도 안 되는데 최근 금리까지 올라 부동산 회사들의 위기감은 크다.
불안은 은행권으로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부동산 회사들이 주로 중소 은행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정보업체 트레프(Trepp)에 따르면 작년 말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5조6천억 달러로, 이 가운데 은행 비중은 50.6%, 중소 은행은 67.3%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담보증권(CMBS)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내년까지 도래하는 대출 만기 규모는 1조 달러를 훨씬 넘는다.
만기 도래 때 부동산 회사들은 최근 고금리에 따라 이자를 올려줘야 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대출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불안에 한층 깐깐해진 대출 잣대를 들이미는 중소 은행들이 아예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이렇게 되면 상업용 부동산이 강제 매각되거나 가격이 추가 급락해 중소 은행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또 다른 리스크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임대 수익이 줄어든 부동산 회사가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브룩필드와 워터브리지캐피털, 블랙스톤 등의 일부 상업용 부동산은 이미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사무용 건물을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미국 은행권의 불안에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이유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이자 사업 동료인 멍거 부회장은 최근 사무용 빌딩들과 쇼핑센터들을 포함해 문제가 많은 상업용 부동산이 다수라며 은행들이 6개월 전보다는 부동산 대출을 더 조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피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업용 부동산의 지표가 탄탄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 부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