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인가, 경쟁자인가" 'AI 시대' 마주한 웹툰업계

입력 2023-05-06 08:26
수정 2023-05-06 08:28


전문가 못지 않은 수준의 작품을 단시간에 그려내는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웹툰 업계에서는 AI가 조만간 작가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 '미드저니' 등으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2년 이상 그림을 그려온 사람의 결과물에 견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초창기에는 AI가 인물의 손을 잘 그리지 못했기 때문에 손가락 모양이 어색하거나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으면 사람이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같은 결점도 빠르게 보완되고 있다.

AI의 발달로 단순히 작가 개개인의 일자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웹툰 업계 전반의 주도권이 작가에서 기업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웹툰을 새로 만들 때마다 창작자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했지만, 기업이 AI를 개발해 활용하면 창작자에게 기댈 필요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 만화계 관계자는 "결국 돈이 있는 기업들이 AI 기술을 갖게 된다"며 "지금도 개인 작가보다는 CP(콘텐츠 제공사업체) 중심으로 업계가 흘러가고 있는데, AI 시대가 되면 이 같은 경향이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AI가 학습하고 만드는 작품의 저작권 문제도 복잡한 이슈다.

작가들은 자기 창작물을 AI가 무단으로 학습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AI가 생성해 낸 이미지의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앞서 2월 미국 저작권청은 미드저니로 만든 그래픽 노블 '여명의 자리야'에 대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AI는 인간의 적이 아니라 도구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있다. 오히려 창작자의 과도한 노동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과거 기계가 등장하고 각종 자동화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인간의 자리가 위협받는다는 비슷한 우려가 제기돼 왔지만, 현재는 모두 인간의 편리함을 높이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웹툰 작가의 과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와중에 AI가 작업량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웹툰은 한 번 연재하면 업계 관행상 매주 1회 이상, 매화 70∼90컷을 그려야 해 노동량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웹툰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품이 많이 드는 이른바 '고퀄리티' 작화가 기준이 된 것도 작가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활용하면 기본적인 작업을 손쉽게 끝낼 수 있고 여기에 창작자가 자기 구상에 맞춰 몇 번의 수정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네이버웹툰이 개발 중인 자동 채색, 배경 변환 AI 기술 등도 작가의 노동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AI가 주로 혼자서 작업하는 아마추어 작가의 작업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프로 작가의 경우 스케치업(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배경 작업 등을 할 수 있지만, 아마추어 작가는 그렇지 못하다"며 "AI 기술은 아마추어 작가가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