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을 둘러싼 공방과 이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와 검사 소식까지 들어봤습니다.
이제는 차분하게 이번 사태에서 법률적으로 쟁점 사안에 대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 증권부 신재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투자자들이 라덕연 대표 등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일당을 고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피해 보상은 커녕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좌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계좌 정보를 타인에 넘겨준 행위만으로도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라덕연 대표가 유명인들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했고, 그 투자자가 또 다른 투자자를 모집하는 일명 '다단계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주가 조작 행위가 있었는지 모른 채 증권계좌를 세력에 맡겼고, 연속 하한가 사태로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의 피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계좌 정보를 타인에 맡겼다면 이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조계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누구든지 공인인증서나 계좌 비밀번호 등 접근매체를 사용, 관리할 때 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만약 접근매체를 타인에게 넘겨 줬다면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계좌 정보를 맡긴 투자자들이나 계좌를 일임받은 라덕연 대표 모두 처벌 대상이란 겁니다.
잠시 전문가 얘기 들어 보시겠습니다.
[이성우 /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 투자자 중에는 비밀번호를 몰라서 주식을 팔 수 없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거는 결국 접근매체를 아예 주가조작 일당에게 넘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런 부분들은 이제 피해자라고 하지만,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은 피해 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이들이 라 대표에 피해 보상 청구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피해액을 돌려 받을 길이 없다고 법조계는 보고 있습니다.
회사의 미래 가치를 보고 주가조작과 상관없이 투자에 나섰다가 반대매매나 주가폭락으로 손해를 본 사람들도 있는데요.
손실액이 수십억 원에 달해 증권사에 손실액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법원에 파산이나 회생 신청이 가능한 겁니까?
전문가들은 계좌 정보를 타인에 넘겨 줬거나 범행에 가담한 경우가 아니라면 법원에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회생은 소득과 상환의지가 있는 채무자가 신청하고, 파산은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이 신청하는데요.
이번 반대매매로 입은 손해액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사람들은 개인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큽니다. 손해액이 워낙 커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남는 빚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산 선고를 하더라도 법원이 빚을 탕감해 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면책 불허가 사유에 따르면, '채무자가 과다한 낭비·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로 현저히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과대한 채무를 부담한 사실이 있는 때'인데요.
CFD 반대매매로 인한 피해금액이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통정매매나 시세 조종 등 주가조작 행위가 실제 있었는지도 쟁점 아닙니까?
검찰과 금융당국이 밝혀내야 할 부분인데, 이게 입증되려면 어떤 부분을 충족해야 하는 겁니까?
통정매매와 시세 조종은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정보를 교환한 정황이 있는지가 확인돼야 하는데요.
세력의 소통 창구로 스마트폰을 통한 텔레그램이 지목되고 있는데, 이는 IP 추적이나 포렌식 작업을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법조계는 과거 판례를 미뤄 봤을 때 통정매매나 시세 조종임을 입증하기가 굉장히 까다롭다고 보고 있습니다. 주가 상승이 기관이나 일반 투자자의 매수세를 통해 이뤄졌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장기간에 걸쳐 주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직간접적으로 얽힌 인원만 천여 명에 달하는 등 입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법에 의해 처벌받는데,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 대법원 양형 기준을 보면 10년 내외 징역 정도에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라덕연 대표와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간 공방도 살펴 볼 부분입니다.
라 대표는 대주주들의 지분 매각과 공매도가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지분 매각 사실만으로 처벌이 가능한 겁니까?
앞서 김익래 회장은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 지분 3.65%를 블록딜을 통해 매도했는데요.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 역시 하한가 사태 전 지분 일부를 팔아 457억 원을 현금화했습니다.
시점만 놓고 봤을 때 이들이 해당 종목에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음을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법조계는 설령 주가 조작을 인지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주식 매도가 회사 내부 정보, 즉 미공개 정보와 상관없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아직 공시되지 않은 회사 내부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주식 거래를 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지 주가 조작 인지 여부는 회사 내부 정보와 상관없는 일이란 겁니다.
전문가 의견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성우 /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 자본시장법과 판례에서 의미하는 미공개 정보는 특정 회사에서 생성되고 파생된 미공개 정보를 의미하는 거지 특정 회사 외부에서 주가 조작 행위가 있거나 이런 부분은 미공개 정보라고 판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취재: 이창호, 영상편집: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