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원 치료 중인 영아에게 담당 의사 처방과 다르게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들에게 징역형이 구형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진재경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업무상 과실과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진모씨와 강모씨, 수간호사 양모씨 등 3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진씨는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이던 만 12개월 영아에게 의사 처방과 다르게 약물을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들은 약물 사고 사실을 알고도 담당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를 은폐해 의료진이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진씨와 강씨에게 각각 징역 4년을, 수간호사 양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중이던 영아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담당 의사는 '에피네프린'이란 약물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했다.
하지만 간호사 진씨는 처방과 달리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정지 등 심장 기능이 멈췄을 때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진씨와 같은 팀의 선임인 강씨는 약물 투여 직후 피해 영아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하고도 이를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간호사인 양씨 역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것을 알고도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진씨, 강씨에게 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강씨는 진씨, 양씨와 공모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약물 처방 내용과 처치 과정 등 의료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영아는 상태가 악화하면서 약물 과다 투여 이튿날인 지난해 3월 12일 숨졌다.
이들 피고인은 영아 장례가 끝나고 나서야 약물을 잘못 투여한 사실을 위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구형 전 이날 법정에서는 사망한 영아를 담당했던 의사 A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A씨는 "영아에게 약물이 잘못된 방식으로 투여된 사실을 즉각 알았다면 영아에 대한 치료 방식이 달라졌을 것이냐"는 재판부 질문에 "달라질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A씨는 "잘못된 방식으로 약물이 투여되면서 영아 심장에 무리가 갔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심장박동을 일정한 속도로 유지하는 약품을 사용한 뒤 심장 기능을 평가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면 에크모(인공심폐기·ECMO) 치료까지 고려해 서울지역 병원으로 헬기 이송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영아 사망 원인에 대해 "영아가 상태가 안 좋아졌을 당시 폐에 침투한 바이러스로 호흡곤란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었다"며 "영아 사망 후 약물이 잘못 투여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나서야 이로 인해 영아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A씨는 보고 누락 등으로 인해 약물이 잘못 투여돼 영아 심장에 무리가 갔을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하고 결국 영아에게 추가로 코로나19 증상과 연계한 치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약물을 잘못 투여하고 이를 은폐한 행위 등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했으나, 담당의사 보고 누락과 관련 기록 삭제 등이 피해자 사망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5월 11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