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 World Weather Attribution)은 27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상 고온과 낮은 강우량의 조합이 초래한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 발생 확률이 기후 변화로 100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파괴적인 가뭄은 온실가스 배출의 영향이 없었다면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등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에 있는 국가들은 2020년 말부터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WWA의 연구는 이 중에서도 가뭄으로 가장 피해가 큰 에티오피아 남부와 소말리아, 케냐 동부에 초점을 맞췄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연구진은 2021∼2022년 강우 패턴 등 각종 관측 데이터와 기후 모델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토대로 지금보다 기온이 1.2도 낮았던 산업화 이전인 1800년대에는 같은 기온과 강우량이더라도 가뭄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가 이 지역의 연간 총 강우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더 높은 기온이 토양·식물로부터의 증발을 증가시켜 가뭄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지역의 긴 장마철인 3∼5월이 더욱 건조해지고 짧은 장마철인 10∼12월은 더 습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을 더 빈번하고 극단적으로 만들었지만, 분쟁과 정부의 지도력 부재, 빈곤 등 취약성이 피해를 키웠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런던 임페리얼대의 프리데리케 오토 선임연구원은 "국가가 취약할수록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남수단에서 가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천만 명을 넘는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22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1천5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성 영양실조에 노출돼 있다.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작년 소말리아에서만 최소 4만3천명이 사망했고, 약 650만 명의 소말리아인들이 심각한 식량 불안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프리카 지역 연합체인 정부간개발기구(IGAD)의 가말 하산 기후·환경센터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정부와 민간, 국제사회 등 다른 부분의 조정된 대응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진=REUTERS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