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업황 악화로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낸 삼성전자가 2분기에는 전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에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전사 기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증권가에서 잇따라 나왔다.
적자를 예상한 증권사들이 추산한 삼성전자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하이투자증권 1조2천860억원, SK증권 6천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 4천억원, 삼성증권 2천790억원 등이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적자를 내면 연결 기준 9천4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2008년 4분기 이후 15년 만이다. 또 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2000년 3분기 이후 두 번째다.
오는 27일 1분기 확정 실적 공시에 앞서 삼성전자가 이달 초 발표한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천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95.75%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 때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사들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손실을 4조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한파가 길어지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했다.
그나마 갤럭시 S23 출시 효과로 MX(모바일경험) 부문 실적이 호조를 보여 반도체의 부진을 일부 만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DS 부문이 2분기에도 1분기 수준의 적자를 이어가고, 1분기에 비교적 선방한 사업도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대규모 반도체 적자를 스마트폰이 대부분 상쇄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가전, 전장에서 소규모 이익을 낸 결과"라며 "신규 스마트폰 효과가 감소하는 2분기는 적자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당장 반도체가 흑자 전환할 리는 없다"며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아직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에 국한되고, 고객 재고가 일정 소진되었다고 해도 발생 가능한 경기 침체 위기에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업계의 감산 움직임에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에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감산과 업황 개선 등으로 삼성전자 실적은 2분기에 바닥을 찍고 점차 회복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메모리 가격 하락세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적자 지속으로 2분기가 올해 분기 실적의 최저점이 될 것"이라며 "자연 감산 효과 점증에 따른 재고 안정화로 3분기에는 재고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황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실적이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나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서버 업체들의 재고 조정은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부담감이 재차 부각되면 최종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