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 '시한폭탄'…5대 은행, 충당금 더 쌓는다

입력 2023-04-23 08:04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들이 1분기 실적에 반영할 충당금을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재무·리스크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금융감독원은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충당금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당국 관계자들은 은행 충당금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적정 수준보다 적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 흐름을 반영해 충당금 산정 과정에서 PD 등을 보수적으로 추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특히 최근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고 있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이 오히려 대기업보다 낮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올해 1분기의 경우 이런 대출 연장 등 금융지원 특수성과 미래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해 각 은행과 금융지주가 알아서 충당금을 많이 쌓도록 요청했다.

2분기부터는 같은 맥락에서 충당금 관련 규정도 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각 은행의 내부 충당금 산출식을 획일적으로 통일하기는 어렵더라도, 충당금 산정 과정에서 미래 경기 전망 가운데 가장 보수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삼으라거나, 기준이 되는 PD 등의 지표를 일정 수준 더 높여 반영하라는 등의 가이드라인(지침)이 조만간 제시될 것으로 은행권은 예상하고 있다.

5대 은행과 금융지주는 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당장 이번 주 발표할 1분기 실적에 당초 계획보다 많은 충당금을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은 지난해 연간 각 5조9천368억원, 3조2천34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로 적립했다. 그 결과 5대 금융지주와 은행의 2022년 말 현재 충당금 잔액은 각 13조7천608억원, 8조7천24억원에 이른다.

예상대로 올해 1분기 충당금이 실제로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로만 불어도 금융지주에서는 최소 약 1조6천억원, 은행에서는 약 6천억원이 추가된다.

은행과 금융지주 내부에서도 현시점에서 충당금을 충분히 늘려 놓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는 추세라, 향후 경기 악화와 함께 중소기업·자영업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 대출자의 부실이 갈수록 커질 위험에 미리 대비해야 할 처지다.

5대 은행의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1월(0.08%)보다 0.01%포인트(p) 또 높아졌고, 1년 전인 지난해 2월(0.04%)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어섰다.

아울러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년간 금융지주와 은행에 붙은 '역대 최대 이익' 수식어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이자 장사로 불린 이익으로 은행 임직원들끼리 '돈 잔치'를 한다고 비난한 만큼 금융지주·은행이 최대한 충당금을 늘려 그만큼 1분기 순이익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농협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순이익이 순이자마진(NIM) 축소 등으로 작년 1분기보다 1% 남짓 적은 4조5천300억원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초 시장 예상보다 충당금까지 급증할 경우, 이익 감소 폭은 커지고 역대 최대 이익 행진도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