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서 자선행사에 사람 몰려 '압사사고'…"최소 78명 사망"

입력 2023-04-20 17:00
수정 2023-04-20 17:01


지구촌에서 삶이 가장 힘든 곳으로 지목되는 중동의 최빈국 예멘에서 현금을 나눠주는 자선행사에 몰려든 군중이 대거 압사하는 비극이 빚어졌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예멘 Saba 통신과 AP,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저녁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의 한 학교에 마련된 자선행사장에서 빈민이 운집한 가운데 최소 수십명이 근처 다른 사람들에게 눌리거나 밟혀 숨졌다.

반군 당국의 발표와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차이가 있으나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8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 반군 보건부는 20일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7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139명으로 이 중 13명은 위중한 상태라고 보건부는 덧붙였다.

AFP 통신은 익명의 반군 관료를 인용해 사망자가 85명, 부상자는 332명 이상이며 사망자 가운데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생명이 위태로운 이들도 포함돼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군 당국도 사망자가 더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참사는 내달 초인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피트르를 앞두고 상인들이 현금을 나눠주는 행사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 단초가 됐다. 한 사람당 현금 5천 리알(약 1만원)을 나눠주는 이 행사에 어린아이 등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는 것이다.

후티 반군 당국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방송은 행사장인 학교의 뒷문 출입로에 사람들이 몰리며 난장판이 된 사고 직전 모습을 방영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올라온 방송영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뒤엉킨 채 비명을 지르며 빠져나가려 애쓰는 장면이 담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드 알피트르는 라마단 금식을 무사히 끝낸 것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라마단 기간에는 금식과 함께 자선·기부가 권장되기 때문에 재력가가 어려운 이웃에게 현금이나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나눔 행사'가 자주 열린다.

사고 발생 지역은 성곽 유적과 대모스크 등이 있는 수도 사나 중심의 옛 시가지다. 이 일대는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후티 반군은 민간 상인들이 지방정부와 조율하지 않은 채 행사를 열어 군중을 상대로 돈을 임의로 나눠주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태 책임을 주최 측에 돌렸다. 반군 측은 참사 발생 직후 행사장인 학교를 봉쇄하고 언론과 일반인의 접근을 막는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3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반면 사고 목격자들은 사고 원인으로 반군 군경을 지목했다. 무장한 후티 군경이 군중을 통제하기 위해 허공에 발포를 시작하자 전깃줄이 폭발했고, 이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달아나기 시작하면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군은 사고로 유족에게 26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