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청년과 신혼부부 등 서민 130여명을 상대로 이뤄졌던 40대의 130억원대 전세 사기 수법이 판결문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동산 임대회사 대표인 A씨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별다른 재산 없이 이른바 갭투자로 경기도 광주 일대에서 150여 채의 주택을 취득해 임대사업을 벌였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다세대 건물이나 빌라를 매입한 그는 실제 자금을 투입하지 않거나 극히 일부만 투입 또는 은행 대출을 끼는 방식으로 건물 보유분을 늘렸다.
임차인들로부터 받은 보증금은 대출 이자와 원금 소액만 변제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건물이나 빌라 매입 자금, 임대 사업 경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하는 식이었다.
A씨가 보유한 건물 대부분은 시중 가격의 60∼70% 임박한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어 실질적 가치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건물이 많아질수록 채무액은 늘어났고, 대출 이자로만 매월 약 2억원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직원 급여, 차량 할부금 등 사무실 운영 경비로 매월 3천여만원의 고정 비용이 지출됐으며, 2016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건물 매입 또는 임대차 계약에 대한 중개수수료만 14억원에 달했다.
별도의 수입이 없던 A씨는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공사업자, 조경업자 등 타인의 명의를 빌려 수억 원의 은행 대출을 받기까지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임차인들을 속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100억원대 보증금을 챙겼다.
대표적인 수법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으로 선순위 담보권을 말소하거나 채권최고액을 시가의 30% 등 일정 금액으로 감액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A씨 말에 속아 계약한 한 피해자는 경찰에서 "얼마 전 집에 경매가 들어와 은행에 물어보니 변제된 금액이 없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임대 건물에 잡힌 '담보신탁'을 '관리신탁'이라고 속이며 "신탁등기는 건물관리업체에 신탁을 맡겼다는 의미로, 신탁회사가 건물을 관리해준다는 것이니 오히려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말하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한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담보채무와 보증금 합계가 8억원이 넘는데도 3억원이라고 허위로 고지하거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실제로는 1억3천만원임에도 이보다 적은 다른 건물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보여주는 등 피해자들의 착오를 유발하기도 했다.
부동산담보 대출을 추가로 받기 위해 임차인에게 핑계를 대며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 전입 신고하게 해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을 권리)을 상실하게 하기도 했다.
A씨 사기 피해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가정이 파탄 났다',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점, 피해자들은 각 1억원 상당의 사실상 전 재산을 상실하거나 대출채무를 부담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점,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법정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수원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