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와카야마현 중의원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20대 남성 용의자의 자택과 소지품을 조사하는 등 일본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와카야마현 경찰은 '위력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기무라 류지(24)의 효고현 가와니시(川西)시 자택을 이날 오전 수사해 약 10개의 상자를 가져갔다.
가와니시는 오사카시 북부에 있는 도시로, 사건이 발생한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어시장까지 자동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용의자 자택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를 요청했고, 자택에서 추가 폭발물 유무를 확인했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전날 용의자가 던진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과 형태가 매우 흡사한 또 다른 물체를 사건 현장에서 확보해 구조와 파괴력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기무라의 배낭에서 칼을 찾아냈고, 휴대전화 등도 압수했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폭발물 이외의 흉기도 준비했던 점으로 미뤄 현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총리를 습격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기무라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 엔(약 489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력업무방해죄가 적용됐지만, 경찰은 범행 과정에서 살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살인 미수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기무라는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연설을 준비 중이던 기시다 총리 쪽으로 은색 통을 던졌고, 곧바로 주변에 있던 어부 등에 의해 제압됐다. 기무라와 기시다 총리의 거리는 약 10m였으며, 은색 통은 투척 시점에서 약 50초가량 지난 뒤 폭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은색 통이 근처로 날아오자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피신해 다치지 않았다. 30대 남성 경찰관 1명은 왼팔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70대 어부는 폭발물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되는 파편으로 등을 다쳤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이후 약 9개월 만에 유력 정치인을 대상으로 다시 테러 추정 사건이 벌어지면서 수사 초점은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짚었다.
기무라는 제압당할 당시 총리에 대해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고, 체포된 후에도 "변호사가 오면 이야기하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5년 전쯤 현재 거주하는 주택으로 이사했으며, 지역 주민들은 얌전한 인상의 청년이었다고 전했다. 기무라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급생은 요미우리신문에 "초등학생 때는 밝고 리더십이 있었는데, 중학생이 되더니 갑자기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 요미우리는 기무라가 지난해 9월 24일 가와니시 시의회가 개최한 시정보고회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가와니시 지역의 자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행사에는 약 70명이 참석했으며, 기무라는 시의원 급여 등을 질문했다. 이 관계자는 "20대 젊은이가 (시정보고회에) 참가하는 것이 드물다"며 "정치에 관심이 큰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현지 언론은 기무라가 던진 은색 통이 이른바 '쇠파이프 폭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통에 발화장치를 넣은 쇠파이프 폭탄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폭발음이 난 뒤에 하얀 연기가 확산한 것을 보면 흑색 화약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농약 등을 써서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폭발음 크기와 연기를 보면 화약의 양은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생명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력은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