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나 대선 후보로 나섰던 페루의 한 유력 정치인이 과거 군 복무 시절 언론인을 살해하는 데 가담한 죄로 실형을 받았다.
페루 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다니엘 우레스티(66) 전 내무장관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3일(현지시간) 페루 안디나통신과 일간지 엘코메르시오가 보도했다.
우레스티 전 장관은 육군 대위였던 1988년 11월 24일 페루 남부 아야쿠초의 한 반군 기지 인근에서 다른 군 장병들과 함께 언론인 우고 부스티오스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주간지 기자였던 부스티오스는 마오주의(마오쩌둥 사상)를 기치로 내건 반체제 반군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과 페루 정규군 사이 갈등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한 마을로 이동하던 중 누군가의 습격을 받고 숨졌다.
목격자들은 "사복을 입은 군 장병들이 총을 쏘고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증언했지만, 페루 당국은 '빛나는 길' 소행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당시 아야쿠초에서는 무력 충돌 속에 6만9천명이 죽거나 실종됐는데, 이 과정에서 정규군과 반군 모두 인권 유린을 비롯한 각종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스티오스는 사망 전 페루군의 실책을 파헤치던 중이었다는 정황이 있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장기간의 법정 공방 끝에 유죄를 받은 당시 군부대 사령관은 2011년께 우레스티 연루 사실을 폭로했다.
전역 후 정계에 입문해 영향력을 불리고 있던 우레스티는 그러나 사실무근이라며 강력히 부인했다.
우레스티는 이후 내무장관을 역임하고 대통령 선거 및 리마 시장 선거 후보에까지 오르는 등 정치권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로 승승장구했다.
앞서 검찰은 우레스티를 같은 혐의로 한 차례 기소한 적 있지만, 법원은 2018년 리마 지방선거 며칠 전 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존 재판 과정에서의 흠결을 찾아내 판결을 무효로 선언하고 새로운 절차를 밟을 것을 명령했으며 이날 유죄 선고로 이어졌다.
34년여만의 유죄 판결에 부스티오스의 딸 샤르멜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의가 이뤄졌다"고 감격해했다.
우레스티 측은 이번 판결에 항소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안디나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