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 확보"...英 행동주의 펀드 실체는?

입력 2023-04-12 17:45
수정 2023-04-12 18:28


영국에 근거를 둔 행동주의 펀드가 최근 상속재산 분쟁이 발생한 LG 지분을 확보했다고 공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Silchester International Investors LLP)는 장내에서 LG주식을 추가매수, 지분 5.02%에 해당하는 789만6588주를 보유중이라고 공시했다.

실체스터가 LG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이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지분이 5%를 넘어서며 공시의무가 발생했다.

실체스터는 지난 1994년 영국에서 설립된 펀드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전세계 가치주에 투자, 내재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펀드로 알려져 있다.

펀드는 지분 확보 목적에 대해 '단순취득'이라고 밝히고, "펀드의 투자자들은 주로 미국 대학, 연기금, 재단, 자선단체, 기타 비과세법인 및 고액 자산가이며, 투자자의 대략 10%가 미국 이외의 국적자"라고 밝혔다.

현재 실체스터 펀드는 영국내 5위 수퍼마켓 체인을 보유한 모리슨,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 하이산 개발과 이와테 은행과 요코하마 은행 같은 일본의 지역은행과 이탈리아의 최대 출판업체 등에 지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펀드를 이끌고 있는 스티븐 찰스 벗은 1951년생으로 모건스탠리 투자은행(IB)과 모건스탠리 인베스트 매니지먼트를 거쳐 지난 2010년부터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한편 LG의 최대주주는 구광모 회장으로 15.95% 지분을 보유중이며, 구본식 LT그룹 회장(4.48%), 김영식(4.20%), 구본능(3.05%), 구연경(2.92%) 등이 대주주이다.

지난달인 3월 13일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구연수 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재분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LG는 "4년전 적법한 합의를 통해 이미 마무리된 일"이라며 "그룹의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구연수 씨 지분을 합칠 경우 지분율이 10.17%에 달해 재계를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에서 지분 5%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함에 따라 그 배경과 함께 향후 영향이 주목된다.

한편 이날 실체스터 펀드의 지분 확보 소식이 전해지며 LG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9.48% 급등한 9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