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양육비를 고의로 주지 않고 버티는 비양육 부모를 법원의 감치명령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한다.
중위소득 60% 이하로 제한됐던 저소득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은 대상폭을 넓히고 지원단가도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가족부는 10일 사회부총리 주재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제1차 한부모가족정책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2021년 4월 한부모가족 관련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근거를 담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이 시행된 데 따라 여가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2021년 기준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구는 37만가구로, 18세 이하 자녀 양육 가구(483만 가구)의 7.7%를 차지한다. 한부모가족의 월 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의 58.8%에 그쳤으며, 전체 이혼·미혼 한부모의 72.1%는 비양육 부모에게서 양육비를 받은 적이 없었다.
여가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며 한부모가족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한 만큼, 한부모가족의 생활 안정 및 양육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두고 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육비 채무를 고의로 이행하지 않는 비양육 부·모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한다.
이행명령 결정이 났는데도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법원 감치명령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양육비이행법 개정 추진을 검토한다. 지금은 형사처벌하려면 법원의 감치명령이 필요한데, 감치명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절차를 간소화하면 좋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처분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 정지 처분 유예 조건인 '생계유지목적'에 '양육비 이행 계획 승인'을 추가해 정지 처분 유예를 엄격히 한다.
이와 함께 비양육 부·모가 자발적으로 양육비를 주도록 양육비 이행 지원 상담 서비스를 기존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전국 가족센터 244곳으로 확대해 지역에 있는 부모들의 접근성을 높인다.
또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소득과 재산 조회가 가능하도록 양육비이행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 동의율이 4.3%로 저조한 상황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채무자의 금융·신용·보험정보도 조회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생계지원도 강화한다.
아동양육비 월 20만원 지원 시점을 현행 18세 미만 자녀에서 고등학교 졸업 시까지로 확대해 학업 도중에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을 검토한다.
지금은 자녀가 만 18세 생일이 도래하는 시점에 양육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가구별로 최대 11개월(12월생부터 1월생까지)까지 지원 기간에 차이가 발생하고 교육비 부담이 큰 시기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있다.
김 장관은 "이번 혜택 확대로 중위소득 60% 이하 한부모가족의 자녀 약 2만명이 추가로 아동양육비를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과 기본 20만원, 추가 5만∼15만원인 지원 단가 확대도 검토한다. 시설입소 한부모에게만 월 5만원씩 지급되던 생계비를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한부모들에게도 지급할 방침이다.
한부모가족복지시설의 기본 입소기간을 최대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매입임대주택도 2022년 245호에서 올해 266호까지 늘린다. 영구임대주택 우선공급 대상에 수급자 한부모가족을 추가한다. 현행 대상은 신혼부부 또는 예비 신혼부부인 수급자다. 이 내용은 올해 6월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을 거쳐 하반기 입주자 모집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자녀에 대해서는 국공립 유치원 우선 입학기회를 지속해서 보장하고,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경우 추가학비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한부모가족에 대한 생활과 제도 속 차별 요소를 개선한다.
기혼 여성과 불륜 관계로 아이를 낳은 생부는 사실상 출생신고를 못 하도록 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위헌 판단이 내려진 데 따라 여가부는 이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또 출생신고 전 미혼부의 자녀에 대한 아동양육비 지원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