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수입 119조원 더 들어왔지만…정부는 '추가 지출'

입력 2023-04-10 05:52


최근 2년간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119조원이나 더 들어왔지만 정부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추가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밀한 의미에서 국가결산 후 빚을 갚는 데 쓴 돈은 2조6천억원에 불과했다. 결산 전 국채 상환·축소까지 합쳐도 근 15조원 수준이었다.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세수 이상을 써버린 정부는 올해 세수 '펑크' 상황에서 재정지출이라는 정부 고유의 경기 조절 장치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 2년간 초과세수 119조원에도 국가채무 30%↑

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2년간 정부의 세입 예산 대비 실제 결산액의 차이가 118조6천억원에 달했다.

쉽게 말해 최근 2년 동안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세금이 118조6천억원 더 들어왔다는 의미다.

정부는 매년 9월 초에 다음 연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세수를 먼저 예측하고 이에 맞춰 지출 규모를 결정한다. 들어올 돈의 규모를 먼저 예상하고 쓸 돈의 규모를 나중에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2020년 가을에 정부는 2021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세수입을 282조8천억원으로 예상했다.

2021년에 실제로 걷힌 세수는 344조1천억원에 달했다. 정부 입장에선 61조3천억원의 여윳돈(초과세수)이 생긴 것이다.

2022년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에는 국세수입이 338조6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으나 실제로 걷힌 돈은 395조9천억원이었다. 이는 57조3천억원의 초과세수를 의미한다.

2년간 120조원 가까운 여윳돈이 생겼지만 국가채무는 248조5천억원이나 늘었다.

2020년 말 기준 819조2천억원이었던 국가채무가 2022년 말 1천67조7천억원으로 30.3%나 늘었다.

◇ 文정부 67조 vs 尹정부 62조 추경 지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2차례에 걸쳐 14조9천억원, 34조9천억원 등 총 49조8천억원 상당의 추경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 1차 추경으로 16조9천억원을, 윤석열 정부는 같은 해 2차 추경으로 62조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추경 금액이 총 78조9천억원에 달한다.

2년간 전체 추경 지출 금액은 128조7천억원에 달한다. 해당 기간 초과세수가 118조6천억원 들어왔지만 이보다 10조원 많은 금액을 써버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추경 횟수는 3차례로 윤석열 정부의 1차례보다 많지만 지출 금액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추경금액이 66조7천억원으로 윤석열 정부의 62조원과 큰 차이가 없다.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운데 들어온 초과세수를 빚 갚기에 쓰기보다 초과세수 이상을 추가 지출한 것이다.

◇ 文·尹정부 모두 현금지출…부채상환은 2.6조뿐

이름은 달랐으나 2년간의 추경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계층에 대한 현금 지원이 주 지출 사유였다.

다만 2021년 경제성장률은 4.1%, 지난해는 2.6%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었고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ㆍ외 여건의 중대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 등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부합하지도 않았다.

세수가 120조원 가까이 더 들어왔지만 2년간 정부가 결산 후 채무를 상환하는 데 쓴 돈은 엄밀한 의미에서 2조6천억원(2021년 1조4천억원·2022년 1조2천억원)에 불과하다. 2년간 발생한 전체 여윳돈의 2.2%다.

연간 회계 결산 전에 기존 국채를 상환하거나 발행을 축소한 물량까지 합치면 14조6천억원 상당으로 부채 상환 규모는 늘어난다.

초과세수 특성상 중앙정부의 사용 권한이 제한적인 문제도 있었다.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는 약 40%를 지방교부금으로 이전하고 60%를 중앙정부가 사용할 수 있다.

2년간 발생한 초과세수 118조6천 중 40%가 지방교부금으로 이전됐으므로 실제 중앙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70조원 정도였던 셈이다.

일례로 지난해 62조원 상당의 2차 추경 당시 지방교부금 23조원을 빼면 중앙정부가 실제 사용한 재원은 39조원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중 7조5천억원을 국채를 축소하는 데 투입했다.

기존에 부채 규모가 워낙 많았으므로 초과세수를 모두 부채 상환에 썼더라도 부채 증가라는 방향성을 바꾸기는 어려웠다는 분석도 있다.

◇ 올해는 세수 펑크 예상…재정운용수단 사라져

올해의 경우 2년간의 초과세수기가 종료되고 세수 '펑크' 구간으로 접어들고 있다.

2월까지 국세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5조7천억원 미달, 3월부터 연말까지 같은 금액을 걷더라도 올해 세입 예산상 예상치인 400조5천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당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시인했다.

현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대내외에 천명한 만큼 세수 펑크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반기 추경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고 내년 예산안 편성에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금을 나눠주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여윳돈으로 부채를 줄이기보다 지출을 더 늘리는 결정을 한 결과"라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작 정부가 돈을 써야 할 때 돈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