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10개월만에 이재명과 만남..."당 잘 이끌어달라"

입력 2023-04-09 18:12


미국 체류 도중 장인상을 당해 일시 귀국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이재명 대표의 조문을 받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마치고 이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당내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계파 간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대선 경선 맞수였던 두 사람이 만난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지만, 현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안부만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의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약 20분간 조문했다.

이 대표가 "(미국에서) 강연한 내용이 참 좋으시더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 전 대표는 "4월에 남북통일과 평화에 대한 대안 등을 담은 책을 내고, 6월 독일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한 뒤 귀국한다"며 향후 계획 등을 소개하고 안부를 주고받았다고 동석했던 이병훈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후 "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이 전 대표 말에 이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순수한 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며 "부활절이다 보니 예배를 마치고 오는 분들이 많아 문상이 밀려 있어 배려 차원에서 (이 대표가)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다만 빈소 주변에서는 일부 지지자의 소란이 벌어져 여전한 당내 긴장감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한 중년 남성은 "'개딸'(친이재명 성향 강성 지지층)들을 시켜 이낙연 출당 조치 요구시킨 사람이 여기 어떻게 오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당내 반이재명 성향 지지자들이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는 바깥 상황을 모르고, 이 대표는 담담히 털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전날부터 이틀간 빈소에는 계파를 망라한 당 인사들 조문이 줄을 이었다.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와 친이낙연·비명계로 분류되는 설훈 홍영표 전혜숙 이병훈 윤영찬 신동근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또 정성호 우원식 조정식 서영교 의원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친명 성향 정치인들도 줄지어 조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등 여권 인사들도 방문했다.

하나같이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비명계 의원들은 "장례식장에서 무슨 정치 현안과 관련한 언급을 하겠느냐"고 선을 그었고, 지도부 소속 의원들도 계파와 무관한 개별적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 역시 구체적인 당내 상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조문객이 '당이 어려우니 원로로서 역할을 하셔야 한다'는 말을 건넸고, 이 전 대표도 대외환경 등 나라 안팎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야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전 대표가 '나라가 굉장히 위기에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조문 후 이 전 대표가 "세계정세가 우리나라에 아주 불리한 형국으로 큰 위기인데 여야 모두 위기의식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장례를 마친 뒤에도 약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