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는 가상화폐에 있다"…'강남 납치·살인'의 전말

입력 2023-04-07 15:39
수정 2023-04-07 15:47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주요 피의자들과 피해자가 가상화폐 'P코인' 투자에 얽히고 설킨 관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P코인을 둘러싼 갈등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P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공기질 관리 플랫폼 'U 회사'가 발행한 가상화폐다. 플랫폼 사용자가 공기질 등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 보상으로 P 코인을 받고, 이를 회사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P코인은 2020년 11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했다.

통상 가상화폐는 대중에 공개되기 전 초기 투자자에게 값싸게 사전 판매하는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한다. 이번 사건 배후로 지목된 유모 씨 부부와 피해자는 모두 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투자 금액은 총 5억원으로 유씨의 아내 황씨, 피해자 A씨, 박모 씨 등 5명이 1억원씩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내고 P코인을 구매(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5억원 외에 3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모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P코인은 상장 한 달여 뒤인 2020년 12월 1만원대까지 찍고서 이듬해 급락하기 시작해 반년 만에 10원대로 떨어졌다. 투자자들 불만은 고조됐고 이들은 누가 먼저 투자를 제안했는지, 투자 실패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두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결국 황씨가 코인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한 A씨와 일부 투자자들이 2021년 2월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황씨를 찾아가 약 1억9천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으며 형사사건으로 번졌다.

납치·살해 범행의 주범 격인 이경우(36·구속)도 이때 피해자와 함께 황씨를 찾아가 협박했다. 당시 이경우는 공동공갈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송치된 반면 피해자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됐다.

황씨 측은 본인도 A씨 권유로 P코인에 투자한 것이며, 초기 투자자를 모집한 것 역시 A씨의 요청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황씨는 오히려 사기 피해자는 자신이라며 같은 해 10월 A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프라이빗 세일 당시 투자한 1억원을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이 무렵 이경우는 오히려 황씨와 오해가 풀리고 최근까지 연락하며 가깝게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우가 유씨와 황씨 부부에게서 받았다고 진술한 4천만원도 여기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유씨 변호인은 "부부가 2021년 이경우에게 3천500만원을 빌려주면서 변제기간 5년, 이자율 2%로 차용증을 썼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씨가 비슷한 시기 이경우에게 따로 건넨 500만원은 차용증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유씨 부부는 살인을 의뢰한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 투자로 알게 된 이경우가 재력가인 자신들에게 수년에 걸쳐 돈을 요구했다면서 오히려 공갈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찰은 유씨 부부가 건넨 4천만원이 A씨 납치·살인을 의뢰하며 지불한 '착수금' 성격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코인 상장 과정에서의 '뒷돈' 거래 의혹도 불거져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이승형 부장검사)는 2019∼2021년 P 코인 등 여러 국산 코인을 상장해주는 대가로 다수의 브로커에게서 약 10억원 상당의 현금과 코인을 수수한 혐의로 코인원 전 상장 담당 직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