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금융완화 10년’...시험대 오른 우에다 신임 총재 [글로벌 시황&이슈]

입력 2023-04-07 08:27
수정 2023-04-07 08:27
[월가 인사이드]

일본은행 ‘금융완화 10년’

시험대 오른 우에다 신임 총재

오늘 우리가 한 발 더 깊게. 또 더 넓게 살펴봐야 할 월가 소식들 짚어보시죠. 일본의 최장수 총재인 구로다 하루히코. 오는 4월 8일 임기를 끝내고 물러납니다. 10년간 아베노믹스 즉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주도한 구로다 총재가 퇴임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일본의 경제 정책 기조가 어떻게 변할지 주시하고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구로다 총재가 걸어온 지난 10년의 길과 평가를 짚어보고, 우에다 신임 총재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구로다 총리의 지난 10년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나뉜 모습입니다. 블룸버그가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 역시 성공 56%, 실패 44%로 나뉜 모습인데요. 구로다 총리는 지난 2013년 취임한 이후 전례 없는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했죠. 블룸버그는 구로다 총리의 이런 정책 행보를 ‘실험’이었다고 평가하며 양날의 검이 되기도 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3가지 시사점이 있다고 봤습니다.

첫 번째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일본 경제는 오랫동안 침체되며 디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로다 총리는 취임 직후 공격적인 채권 매입을 통해 2년 안에 2%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합니다.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 즉 YCC도 도입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구로다 총재의 임기 대부분 동안 목표치인 2%를 밑돌았고요. 2% 위로 올라왔다고 해도,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적인 변수에 의해 이뤄진 것입니다. 따라서 블룸버그는 구로다 총리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길들이기는 했으나, 정복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고요. 재정정책 없이 통화정책만으로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실업률과 생산성에 관련된 내용인데요. 구로다 총재 임기 동안 실업률은 하락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12년 4.3%이던 실업률은 2022년 2.6%로 떨어졌는데요. 하지만 문제는 고용 증가가 대부분 비정규직 부문에서 이뤄졌고, 따라서 임금 상승세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이외에도 일본 내 좀비 기업들이 늘었는데요. 블룸버그의 정의에 따르면 좀비 기업은 10년 이상 영업한 기업 중 3년 연속으로 수익을 보지 못한 기업을 의미하는데요. 자금 조달이 쉬워지다 보니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기업들이 살아남게 된 겁니다. 따라서 이를 두고 정부가 원했던 질적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금융완화는 비쌌습니다. 구로다 임기 동안 일본은행은 약 채권, 펀드, 기업 부채에 1,550조엔 우리 돈으로는 약 1경 5천조 원을 투입했습니다. 따라서 일본 은행의 GDP 대비 대차대조표 규모는 2012년 29%에서 2023년 131%로 급등합니다. 이렇듯 엄청난 비용이 들었던 정책이었던 만큼 블룸버그는 일본 내에서 그만한 가치가 있었던 정책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고요. 이외에도 수익률곡선통제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엔화가치가 작년 9월 1달러당 145엔 수준으로 떨어지자, 통화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커졌습니다.

신임 총재인 우에다 가즈오는 누구인지도 살펴볼까요. 우에다 신임 총재는 경제학자 출신 첫 일본은행 총재입니다. 또, 일본은행 심의위원 출신인 만큼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갖춘 신중론자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작년 7월 닛케이에 기고한 글에서는 수익률곡선통제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는데요. 금리 변동폭을 조금만 확대해도 국채 매도가 대량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우에다 지명 이후 시장에서는 일본이 통화정책 완화에서 벗어날 거란 관측들이 지속해 나왔습니다.

일본은행의 정책을 결정하는 심의위원들의 성향이 변한 것도 정책 변화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베노믹스 계승을 주장한 와카타베 부총재의 임기가 끝나고 부총재 자리에 좀 더 중도 성향, 그리고 금융 안정을 강조하는 인사들이 등용됐고요. 또, 작년 7월 기시다 내각은 가장 강경한 금융 완화 주의자였던 카타오카 위원 대신 중도 성향의 다카다와 다무라 위원을 임명했습니다. 따라서 기시다 내각이 통화 정책 전환의 발판을 미리 만들어둔 거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건데요.

그렇다면 우에다 신임 총재가 직면한 과제는 뭔지도 짚어볼까요. 일단 외신들은 우에다 총재가 금융 시장을 자극하지 않고 출구 전략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일본은행의 GDP 대비 채권 보유량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예산 규모를 계속 늘리려 할 수도 있어 이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봤는데요.

외신들이 또 주목하고 있는 건 바로 수익률곡선통제 정책 폐기 여부입니다. 우에다 신임 총재가 이미 부작용에 대해 거론한 바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수익률곡선통제 정책을 폐기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문제는 속도입니다. 로이터는 우에다 신임총재가 금융완화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점진적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장 4월 정책회의에서 폐기를 발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첫 정책회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4월 27일로 예정된 일본은행 정책회의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관심이 갑니다.

지금까지 월가 인사이드, 이예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