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시작된 은행 위기 국면에서 헤지펀드들이 은행 주식을 공매도해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데이터 집계업체 오르텍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공매도로 8억4천800만 달러(약 1조1천억원) 상당의 장부상 이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에 있었던 가장 수익성 높은 공매도 투자였다고 오르텍스는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지난달 10일 SVB가 초고속 파산한 뒤 마찬가지로 대량인출(뱅크런)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에 따라 3월 한 달간 주가가 무려 88.6% 급락했다.
공매도의 주체는 주로 미국과 유럽권 헤지펀드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한때 위기설에 휩싸였던 독일 최대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나, 파산한 SVB 등을 상대로도 공매도 세력이 지난달 단기간에 수억 달러대의 장부상 수익을 냈다고 전한 바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들이 SVB 주식을 공매도해 얻은 이익이 13억 달러(약 1조7천억원)에 이르며, SVB 파산 이후 전개된 은행위기 국면 전체로 범위를 넓힌다면 공매도 수익이 70억 달러(약 9조2천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미국 중소 지역은행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은행위기 공포는 각국 금융당국이 신속한 대응에 나서면서 지난달 후반부터 다소 진정되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일각에선 위기감이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