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게임 개발사 사이에서 상대 회사 게임이 인터페이스를 베꼈다는 지식재산(IP)권 관련 소송이 제기돼 판교가 떠들썩하다.
6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날 카카오게임즈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2019년 작 게임 '리니지2M'의 콘텐츠, 시스템을 표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근거자료를 내고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 게임플레이를 돕는 편의 기능 등을 모방했다고 강조했다. 이들 시스템은 게임 플레이 경험과 수익모델(BM)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엔씨소프트 측 설명이다.
'아키에이지 워'를 서비스하는 카카오게임즈, 제작사인 엑스엘게임즈는 이날까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게임의 규칙'에 해당하는 인터페이스와 각종 기능이 법정에서 표절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21년에도 웹젠의 MMORPG 'R2M'이 2017년 작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전날 진행된 사건 변론기일에서 웹젠 측은 "리니지M과 그 기반이 된 리니지의 강화 시스템, 무게 시스템 등은 1987년 나온 초창기 컴퓨터 역할수행게임(RPG) '넷핵'(Nethack)의 규칙을 차용한 것"이라며 "게임 규칙이 유사하다고 이를 저작권 침해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과정에서 자료로 제출된 '넷핵'의 플레이 영상을 법정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또 리니지M에서 경험치·아이템 획득률을 높여 주는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이 R2M에서 '유피테르의 계약'으로 이름만 바꿔 서비스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다르다며 표절이 아니라고 맞섰다.
이에 엔씨소프트 측은 게임의 제작 의도, 표현 방식을 저작권법상의 보호 대상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를 들며 "피고(웹젠) 게임은 단순히 일부 시스템만 차용한 게 아니라, 게임 속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인 연결 요소까지 따라 했다"고 반박했다.
두 사건과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넥슨이 '다크 앤 다커' 제작사 아이언메이스 측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사건의 요지는 아이언메이스 개발진이 넥슨에서 퇴사하며 미출시 프로젝트인 'P3'의 데이터를 유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언메이스 측은 '문제의 데이터는 사용하지 않았고, 게임의 콘셉트와 아이디어는 저작권이 없다'며 개발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앞서 성공한 게임의 시스템과 BM(수익모델)을 개발 과정에서 그대로 베끼는 관행이 도를 넘고 있다는 반응이다.
판교의 한 게임 개발자는 "성공적인 다른 게임을 본보기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혁신 없는 '복사 & 붙여넣기' 수준의 게임이 양산된다면 한국 게임 업계 전반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만 보고 개발자들에게 '카피캣' 게임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경영진도 이런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진=엔씨소프트 제공)